Intake: 의뢰인과의 첫 상담

1부. 뉴욕주 민사소송 Intake 단계에서 소제기 전까지

by 뇩변

나의 의뢰인은 선하고 상대방은 악하다고 믿으며 의뢰인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던 저연차 변호사 시절, 사수가 내게 이렇게 일러주었다.

"가장 큰 적은 상대방이 아니라 바로 의뢰인일 수 있다 (Your worst enemy is your client)."

그 말의 무게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 것은 훗날 실제 경험을 통해서이다.


Intake

저연차 변호사 시절 아무도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영업형 변호사'가 되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지했다. 뉴욕주 법조계에서 아시아계 젊은 여성 변호사는 비주류다. 특히 중장년 백인 혹은 유태인 남성 변호사가 풍기는 중후함과 안정감을 의뢰인에게 전달하기는 어렵다. 또한 한국인 특유의 동안 이미지는 오히려 경험이 부족하다는 인상으로 작용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의뢰인과의 첫 상담(intake)에는 나서지 않고 송무 업무에 전념했으며, 활기찬 유태인 동료 변호사가 주로 이 일을 담당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에 혼자 있던 날이었다. 예약 없이 한 젊은 중국인 남성이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그는 선한 인상의 소유자였고, 맨하튼의 한 바(bar)에서 술 취한 백인 남성에게 공격을 당해 상해를 입었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그는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그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분노를 느꼈다. 나는 intake form에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는 바 매니저가 싸움을 방관했다고 주장하며, 바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건 기록을 살펴보니, 경찰 보고서에 기재된 목격자 진술은 의뢰인의 주장과 달랐다. 오히려 내 의뢰인이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는 진술이었다. 의뢰인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며, “그들이 모두 백인이니 당연히 편을 든 것”이라고 주장했고, 나는 정의감에 불타올라 사건을 맡게 되었다.


Dram Shop Liability

뉴욕주법상 술집과 레스토랑은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예측 가능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duty of care)가 있다. 특히 술집, 레스토랑 또는 주류 판매업체가 눈에 띄게 취한 고객이나 미성년자에게 술을 제공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법적 책임(dram shop liability)을 질 수 있다. 예컨대, 술집에서 말을 어눌하게 하거나 비틀거리거나 기타 명백한 음주 징후를 보이는 등 확연히 술에 취한 고객에게 계속 술을 제공한 결과로 인해 그 고객이 폭행이나 교통사고 등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술집이 이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다. 다만 뉴욕은 비교과실원칙(comparative negligence)을 채택하고 있어, 피해자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으면 그 비율만큼 배상액이 감액된다. 즉, 피해자에게 30%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면, 총 손해배상액이 30% 감액된다.


목격자의 진술

소송 준비 과정에서 제3자 업체의 investigator를 통해 추가적으로 목격자의 상세한 진술서를 확보하였으나, 여전히 의뢰인에게 불리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내 의뢰인은 끝까지 이를 부인했다. 사건 현장의 CCTV는 사각지대였기에 결국 사건 당사자와 목격자의 진술로 실체적 진실을 다퉈야 하는 사건이 되어 소송이 불가피하였으며, 합의 없이 소송이 진행되어 목격자에 대한 증언녹취록(deposition)을 실시하게 되었다.


증언녹취록 중 목격자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사실 아무도 묻지 않아서 말하지 않았는데, 제 아내가 그날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보시겠습니까?”

상대방 대리인과 나는 즉시 영상을 확인했다. 화면 속에는, 내 의뢰인과 문제의 백인 남성이 스치듯 지나가다 어깨가 부딪히고, 짧은 언쟁 끝에 내 의뢰인이 먼저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바 매니저가 달려와 내 의뢰인을 말리는 모습도 선명히 보였다. 이 목격자는 본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었기에 디스커버리(discovery) 절차상 증거 확보가 용이하지 않았고, 그 결과 초기에 충분히 심층적인 진술 확보를 하지 못한 점이 문제로 작용했다. 거짓 진술을 한 의뢰인의 책임은 별론으로 하고, 대리인으로서 무엇보다 의뢰인의 일방적 진술에 과도하게 의존한 나머지 목격자의 진술을 면밀히 분석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나는 잠시 증언녹취록을 휴정하고, 상대방 대리인에게 합의를 제안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사건의 승산도 없었지만, 나는 법원에서 사실과 다른 의뢰인의 주장을 이어갈 수 없었다. 결국 의뢰인과 상의 끝에 나는 본 사건에서 중도 사임을 결정했다.


이후 나는 Intake 업무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초기에 의뢰인의 인상에 기인한 선입견에 의존해 진실을 판단한 것은 오류였다. 사건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 대리인으로서의 외적인 한계에 주춤했던 것도 말이다. Intake는 단순한 첫 면담이 아니라 의뢰인의 진실이 아닌,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한 숨은 진실을 파악하고 검증하며 함께 동행할지를 결정하는 결정적 시간이다. 이 단계에서 진실을 놓친다면, 법정에서 가장 두려운 적은 상대방이 아니라 바로 내 의뢰인이 될 수 있다.


실무팁

1. 바 또는 레스토랑에서 사고가 발생한 직후, 관리자나 직원에게 가급적 신속히 사고 발생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이들은 사고 발생 시간, 장소, 경위 등 세부 사항을 기록한 사고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며, 향후 해당 보고서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사고 현장의 CCTV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영상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가급적 사고 현장에서 가능한 한 많은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사고 발생 시 현장 사진, 바닥상태, 조명, 경사도 등 모든 관련 요소를 사진 또는 영상으로 기록한다. 소송이 진행되면 이런 자료가 중요한 입증 자료가 된다. 또한 사고 현장의 CCTV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영상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3. 목격자의 진술은 사건의 사실관계 확인뿐만 아니라 바 또는 레스토랑 등 사업주의 과실 여부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연락처 및 진술을 확보해야 한다. 사고 당시 상황, 발생 경위, 현장의 환경적 요소 등을 상세히 진술하도록 요청한다.


*실제 사건 또는 특정인물을 의도한 바 없으며, 각색하였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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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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