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작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자작시 >

꽃샘추위

by 달빛바람 Mar 12. 2025


(사진 출처 Wikipedia)



꽃샘추위



네가 떠나버린 방안엔

허물처럼 스타킹이 놓여있다


만지면 부서지는 과거처럼

알 수 없는 암호처럼

반쯤은 말려있고 반쯤은 늘어나 있다


뜨개질을 배우다 반쯤은 왔으니

성공이라고 덜컥 안심하다 망쳐버린 적이 있다


날실과 씨실의 차이에 대해 가르치다

할머니는 자꾸 코 빠뜨렸네 하셨다


코가 나간 스타킹을 집어드니

그때 다 풀어서 다시 하는 겨 하던 목소리가 들려온다


미안해요 할머니

그때 뜨개질을 제대로 배워둘 걸 그랬어요


자꾸만 엉키는 실을 이 감정은 어떻게 푸는지

고탄력 스타킹은 풀어지지도 않아요

한 코 고무 뜨기는 이제 생각도 안 나는 걸


너는 겨울처럼 멀어져 간다

아직 꽃샘추위가 남았는데


네가 가버린 방안엔

냉기만이 도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자작시>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