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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사진 출처 Wikipedia)
꽃샘추위
네가 떠나버린 방안엔
허물처럼 스타킹이 놓여있다
만지면 부서지는 과거처럼
알 수 없는 암호처럼
반쯤은 말려있고 반쯤은 늘어나 있다
뜨개질을 배우다 반쯤은 왔으니
성공이라고 덜컥 안심하다 망쳐버린 적이 있다
날실과 씨실의 차이에 대해 가르치다
할머니는 자꾸 코 빠뜨렸네 하셨다
코가 나간 스타킹을 집어드니
그때 다 풀어서 다시 하는 겨 하던 목소리가 들려온다
미안해요 할머니
그때 뜨개질을 제대로 배워둘 걸 그랬어요
자꾸만 엉키는 실을 이 감정은 어떻게 푸는지
고탄력 스타킹은 풀어지지도 않아요
한 코 고무 뜨기는 이제 생각도 안 나는 걸
너는 겨울처럼 멀어져 간다
아직 꽃샘추위가 남았는데
네가 가버린 방안엔
냉기만이 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