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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쁘게 Sep 23. 2024

이별을 축하드립니다.

처음으로 그녀가 내게 박수를 치면서 축하해 주었다.

전 남자의 지속적인 성매매와 외도로 더 이상 참다가는 내가 죽을 것 같아서 결국 헤어질 결심이 생겼고, 실행했다. 어차피 그는 나를 버리려고 자꾸 내 입에서 헤어지자 소리가 나오게 하려고 유도하였다. 어느 날은 내게 할 일이 없는 무력한 백수인 양 비아냥 대거나, 너 때문에 돈이 없다, 맨 마지막에 들은 말은 가관이었다. 커플링부터 받은 선물을 돌려주지 않으면 지옥을 맛보게 해 주겠다고.  지금도 이미 너로 인해 지옥을 맞보고 있다고 싸우려다 대응하지 않았다. 참고 있는데 지속된 협박성 메시지가 왔고, 결국 장문의 답을 썼고, 미안하단 말을 듣고 헤어졌다. 

정신과 선생님이 두 달에 한 번꼴로 바뀌고 있었지만, 얘기를 들어주시기보다는 약만 처방해 주셨고, 약도 부작용이 없는 약이라던가 이런 설명 등도 없었고, 이전에 계셨던 선생님은 강남 쪽으로 가셨기에, 거기까지 찾아뵐 정도의 상태가 아니라 그다음으로 지정된 선생님께 갔다. 그는 내게 시간 다 됐으니 그만하시죠. 즉 닥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 1달치 처방할 것이고, 변호사를 찾아가서 해결하라 했다. 그리고 곧 1달 뒤에 그만둔다고 했다. 다음 달에 방문했을 때 또 닥치라고 할까 봐 증세를 얘기하니 30초가 채 안 걸렸고, 나가려 했더니, 변호사 만나고 왔냐고 도리어 묻는다. 뭐라고 했냐며 궁금해한다. 다음번 선생님은 이곳은 약위주로 처방해 주는 병원이지, 상담이나, 인지 치료 등 검사를 하는 병원이 아니며, 자신은 한 달만 더 있다가 강남 쪽으로 간다고 하셨다. 그곳에서는 그런 치료를 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 정도로 상담을 잘해주시거나, 잘 알아듣지 못하셨고, 약을 먹어도 극적인 효과는 전혀 없었기에 포기하고서, 한 달 더 갔었고, 다음 선생님을 기다렸다. 어차피 새로 온 선생님도 닥치고 약만 받아가라 할 테니 기대하지 않고서 들어갔다. 그랬더니 여자 선생님이셨다. 내 파일을 다 읽으셨다고 하셨고, 헤어진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아프고 힘들며, 경제적으로 돈을 벌러 나가면 되는데 그럴 자신이 안 나고 겁이 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내게 박수를 쳐주면서 말했다. '이별을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말해준 사람들 주변에 한 명도 없었죠? 아마, 어쨌든 그 사람을 선택한 것은 너이고, 네게도 그런 책임이 있다고 말하지 않던가요? 하지만 어떤 사람이 상대가 성매매를 하고 외도를 하는 것을 알고도 선택하며 알 수 있었을까요? 그건 말도 안 되는 비난이니 신경 쓰지도 말고 듣지도 마세요." 란다. 처음 박수와 격려를 받고, 네 탓은 1퍼센트도 없다는 말에 울컥하였다. 가족들이 '헤어져도 괜찮아. 걱정 마.'라고 말한 것도 격려였으나,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달랐었다. 축하와 박수를 받다니. 그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정말 잘 나오셨다고. 그리고 내 탓이 전혀 없다니. 그래도 그 사람을 선택한 내 책임은 있다고 하였는데, 지금의 우울증과 나의 아픔은 한번 알았을 때 헤어지지 못하고 다시 돌아간 내 책임이라고 말했는데, 아니라 신다. 게다가 그녀는 내게 말했다. " 정신과에서 교과과정 중에 이혼에 관하여 이렇게 말해요. 고통의 크기를 1에서 100까지라고 하면 이혼은 300이라고. 그 정도로 너무 아프고 힘들다고요. 그러니 지금 아픈 건 당연한 거예요. 아프지 않으면 로봇이죠. 그러니 그런 사람과 헤어졌다고 왜 아프냐고 자책하지 말아요."  약만 주실 줄 알았는데, 저녁약은 오히려 빼고, 이전 그대로 줘보신다고 했고, 다음 달에 만나자고 하셨다.  약을 타려고 기다리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눈물을 닦고 약을 타고 결제하며 접수원에게 물었다. " 여자 선생님은 계속 계시나요? 아니면 또 한두 달 뒤에 그만 두실 예정이신가요?"라 물으니 이번에는 계속 계실 분이란다. 다시 뵐 수 있다니 좋아서 웃으며 병원을 나섰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말했다. " 엄마 잘했다고 칭찬에, 박수까지 맡으니, 네 탓이 전혀 없다니 너무 기뻤어." 라 하니 엄마가 말씀하신다." 우리도 너보고 잘했다고 했잖아. 남이 해주니 기쁘냐." 그러시기에 말했다." 엄마, 손뼉 치면서 이혼을 축하한다고 축하해주진 않았잖아. 게다가 내 탓이 전혀 없다잖아. 가족들은 내게 내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그를 선택했고, 그의 성매매를 알고도 다시 살겠다고 선택했으니 내 책임이라고 했잖아. 그렇지만 내 잘못이 전혀 없다잖아. 난 너무 억울했다고. 그런 인간을 왜 좋아하며, 왜 헤어지지 못하는지, 그것만으로도 나를 자책하고,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자존감이 땅에 떨어졌는데, 그게 내 탓이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하니 말이야. 그게 너무 기뻤어. 남이 그렇게 얘기해 주니 말이야." 카운슬러분이나, 여러 분들이 말씀하신다. 이혼이 아니라 그냥 동거남과 헤어진 거라고. 그런다고 우리나라에서 동거가 그렇게 좋게 받아들여지고 공공연하게 말할 수 있는 일일지는 모르겠는데. 게다가 다음 누군가를 만나려면 너무나 무섭지만, 만나려면 이혼했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 동거인가? 아니 파혼인가? 휴.. 나도 생전 처음 이런 일을 당해보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일을 겪을 줄 몰랐다. 그리고 왜 이별하지 못하는 그녀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연애상담 프로그램만 봐도 남자 친구의 바람이나 성매매에 당장 헤어지라고 하는데, 여자들은 "다시는 안 그런데요. 너무 잘해줘요. 반성의 태도를 보여요." 하고서 다시 사귀거나 사는 것을 이해 야하지 못한다고. 사실 나도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얘기를 들으면 헤어지라고 말했다. 내가 뭐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나는 그런 사람과는 헤어질 수 있다고 자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이 맞다. 인생은 함부로 장담해도 안되고, 함부로 장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내가 그 입장이 되면, 나도 내가 이해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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