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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글킴 May 25. 2024

11. 순산이란 없어.

2024년 3월.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출산을 했다.


너무나 길고 힘들었던 임신기간,

출산과 육아는 두려웠지만 가벼운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진통이 오기를 기다렸다.


뭔가 순산을 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고

힘 세 번 주면 아이가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난산 중에 난산이었다.

자연분만을 시도하다 되지 않아 결국 제왕절개를 한 것이다.

그래서 진통의 아픔도 제왕절개의 아픔도 모두 겪게 되었다.


정말 무얼 상상하든 그 이상의 아픔이었다.

진통은 파도처럼 점점 세졌다가 점점 약해졌다가를 반복하는데

절정일 때 너무너무 아파서 점점 세지는 그 순간이 너무 고통스럽고 두려웠다.

그렇게 20시간 정도 진통을 겪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이 자연분만 어려울 것 같다고 제왕절개를 제안하셨다.

긴 시간이었는데도 진행이 너무 더뎌서 겨우 절반 밖에 자궁문이 열리지 않은 것이다.

(자궁문이 열린 후에 '본격적'인 출산 시작이다.)

절반이라는 말을 들으니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너무 아쉬웠지만 제왕으로 선택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보통 제왕절개를 후불제라고 한다.

출산 그 순간의 고통은 없지만 이후 회복과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수술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서 정보를 찾아보지 않았던 나는

꽤나 힘든 회복의 과정이 당황스러웠다.

하루 정도 꼼짝없이 침대에만 누워있었다가

침대에서 처음 내려오려는 순간의 고통이란..

장기가 왈칵 모두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친구들에게도 출산 전에는 출산후기를 듣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아이 생각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으면 임신을 하기 싫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고 임신 후에는 출산을 해야 하는 데 두려움만 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출산 후에 축하 전화를 받으며 나보다 먼저 출산을 한 친구들이 그동안 내게 말하지 못했던 출산 후기를 말해주는데 할만하다고 응원해 주었던 친구마저 '사실은...'이라며 그동안 내게 숨겨둔 출산의 고통을 이야기해 주었다.


드라마 '산후조리원'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의 시어머니가 "엄마 아플까 봐 하루 만에 '순산'으로 나오지 않았냐.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아기 얼굴 보면 싹 잊힌다."라고 하자

주인공의 엄마가 등장하며 "순산 같은 소리가 어디 있냐. 내 새끼는 죽다 살아났다."라고 한다.


정말이지 순산이란 없다.

최근에 '순산하셨다면서요.'라는 연락을 받았다.

"순산했다고?? 누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누가 이 출산의 고통을 '순조러웠다'고 말할 수 있나.

인사말이라지만 순간 마음이 '욱'했다.


이제 누가 출산했다고 하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울컥한다.

경험해보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 이 고통.

아이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출산의 고통이 잊히지는 않는다.

아이는 아이고 힘든 건 힘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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