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장은 속도로 움직인다.
누가 먼저 클릭하느냐,
누가 더 빨리 반응하느냐,
누가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조금이라도 더 앞서 이해하는가의 싸움이다.
뉴스는 초 단위로 변하고,
주가는 마치 전자 신호처럼 반짝인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시장 속에서 와인을 따르는 속도로 산다.
즉, 조금 느리게.
너무 빠르면 향이 피어나지 않으니까.
엔비디아는 세상의 심장을 가속시킨다.
GPU, AI, 데이터센터.
이 모든 키워드는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는 속도를 향해 달린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젠 감정이 아니라 연산의 시대야.”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잔을 든다.
왜냐하면 세상에 아직 연산되지 않는 게 하나 남았으니까.
바로 나의 불안, 나의 욕망, 나의 손끝의 떨림.
브로드컴은 다르다.
그는 말이 없다.
엔비디아가 미친 듯이 달릴 때,
브로드컴은 묵묵히 회로를 깎고, 연결을 만든다.
세상의 모든 신호가 지나가는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든다.
나는 그런 기업을 보면 왠지 마음이 놓인다.
시장의 모든 요란스러움 뒤에는
늘 이런 조용한 엔지니어링의 품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좋다.
그것은 마치 화려한 와인 잔 뒤편의 투명한 유리 두께를 보는 기분이다.
그 두께가 없다면 아무 향도 담기지 못한다.
AI는 이제 나보다 나를 잘 안다.
내 투자 패턴, 내 클릭의 타이밍, 내 심리의 약점까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AI가 가장 모르는 것은 ‘내가 오늘 왜 이 잔을 들었는가’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인간으로 투자한다.
가끔은 충동적으로, 가끔은 낭만적으로,
그리고 아주 가끔은
시장을 향해 “오늘은 그냥 마시고 싶었다”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엔비디아의 차트는 불꽃놀이 같았다.
화려하고 찬란하지만 너무 빨리 사라질 것 같다.
브로드컴의 그래프는 바다의 조류 같았다.
느리고 단단하게 방향을 바꾸며 깊은 곳에서 움직였다.
그 둘의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인간으로서의 리듬을 배운다.
속도와 구조, 빛과 그림자, 데이터와 향.
그 교차점에 투자자의 영혼이 산다.
와인을 따를 때, 향은 먼저 공기와 싸운다.
열리고, 닫히고, 다시 열리며 자신을 드러낸다.
투자도 그렇다.
한 번의 상승으로 자신을 다 보여주는 법이 없다.
때로는 기다림 속에서,
때로는 냉정한 손절 속에서,
비로소 향이 완성된다.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AI가 시장을 완벽히 예측하는 시대가 오면
인간은 투자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나는 웃는다.
“그때는 우리가 시장을 예측하지 않겠죠.
우리가 시장을 감상할 겁니다.”
투자는 이제 예술이 되어야 한다.
차트를 읽는 눈보다, 변화를 느끼는 코와 혀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숫자 대신 향을 맡는다.
수익률 대신 잔의 여운을 기억한다.
AI는 효율적으로 돈을 벌 것이고,
나는 비효율적으로 아름다워질 것이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사이
즉, 속도의 신과 구조의 장인 사이에서
나는 인간으로 투자한다.
나는 여전히 흥분하고, 실망하고, 망설이고, 웃는다.
그 모든 감정이 나의 차트이고, 나의 포트폴리오다.
그리고 언젠가
AI가 내 계좌를 분석할 때,
그는 결코 해석하지 못할 한 줄을 발견할 것이다.
“이 인간, 수익률은 낮았으나… 훌륭한 투자자로 참 향기로웠네.”
� 스월링 노트 |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사이에서, 나는 인간으로 투자한다
1. 속도보다 중요한 건 리듬이다.
AI는 계산하지만, 인간은 박자를 느낀다.
2. 불안도 감정의 이자다.
시장에 남는 건 수익보다 감정의 잔향이다.
3. 엔비디아는 욕망의 불꽃, 브로드컴은 구조의 그림자.
둘 사이에 인간은 존재한다.
4. 알고리즘은 냉정하지만, 향은 따뜻하다.
그래서 인간은 여전히 잔을 든다.
5. 완벽한 예측보다 아름다운 실수가 낫다.
AI가 효율이라면, 인간은 여운이다.
� 추천 와인 : 씨스모크 텐 피노누아 (Sea Smoke TEN 2019)
생산지 : 캘리포니아, 산타리타 힐스
품종 : 피노 누아
스타일 : 뉴월드 피노의 정점, 농밀하면서도 정제된 풍미
구조 : 풍부한 질감과 선명한 산도의 균형, 두꺼운 안개가 만들어낸 서늘한 산미가
강렬한 과실의 열기와 맞부딪히며 관능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입체감을 형성
� 테이스팅 노트
짙은 루비빛 안에는 안개가 깃든 듯한 관능의 밀도가 흐른다.
블랙체리와 석류, 자두의 농밀한 향이 초콜릿과 정향, 삼나무의 여운 속에서 서서히 피어난다.
첫 모금은 실리콘 밸리의 열기처럼 뜨겁지만,
곧 태평양의 서늘한 바람이 그 열을 식히며 균형을 완성한다.
산도는 날렵하고, 질감은 비단처럼 부드럽다.
입안에서 피어오르는 스모키 한 피니쉬는 마치 데이터 신호의 파형처럼 길게 이어진다.
시간과 공기 속에서 향은 더욱 깊어진다.
마치 인간의 감정처럼 열렸다가 닫히고 다시 열린다.
씨스모크 텐은 테크놀로지의 속도와 감정의 깊이를 동시에 품은 와인이다.
� 추천 이유
이 와인은 엔비디아의 열정과 브로드컴의 침묵이 공존하는
인간적 투자자의 초상에 맞닿아 있다.
안갯속에서 익은 포도처럼
그 향은 서두르지 않는다.
계산된 효율이 아닌 감각의 균형, 즉 리듬으로 사는 인간을 담고 있다.
빠른 시장의 광속 신호 속에서도 이 와인은 여전히 느림의 미학으로 존재한다.
씨스모크는 잔 속에서 인간의 불완전함을 찬미한다.
예측할 수 없는 아름다움, 계산되지 않는 여운,
그리고 향기로웠던 한 인간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