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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팅과 와인의 신비

by 식물감각

아이온큐 종목을 매수하기 위해 클릭하는 순간, 세상은 무엇을 꿈꾸려 하는지가 문득 궁금해졌다.

인간은 늘 모르는 것을 계산하려 했다.

별의 움직임을 숫자로 바꾸고,

사랑의 감정을 그래프로 표현하며,

심지어 운명조차 확률로 환산하려 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세상의 불확실성 그 자체를 계산하려는 기계를 만들고 있다.

그 이름은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

고전적 컴퓨터가 답을 찾아내는 기계라면,

양자컴퓨터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존재다.

그는 “예” 아니면 “아니요”로 나뉘지 않는다.

그는 동시에 “예”이면서 “아니요”이고,

어쩌면 “모르겠지만 아름답다”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애매함이 좋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간의 감정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역시 양자적이다.

관찰하기 전에는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내가 차트를 보는 순간,

시장도 나를 본다.

그리고 그 시선이

결과를 바꾼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처럼,

관측이 곧 개입이 된다.

나는 차트를 읽지만 동시에 그 안에 기록된다.

투자는 늘 나 자신을 측정하는 행위였다.

양자 얽힘(Entanglement)이라는 현상은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서로를 알지도 못하면서 동시에 반응하는 신비를 말한다.

나는 그 개념이 이상하게 낭만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시장의 감정과 인간의 심장박동이

어딘가에서 맞물려 있다는 뜻이니까.

뉴욕에서 일어난 클릭 하나가

서울의 내 손끝을 떨리게 한다.

보이지 않지만 연결된

그 얽힘 속에서 우리는 함께 흔들린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상자 안에서

살아 있고, 죽어 있다.

투자자 또한 비슷하다.

수익과 손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

아직 팔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부자이면서 동시에 불안한 존재다.

이 모순이야말로 시장의 미학이다.

확정되지 않은 아름다움.

그건 양자역학만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진리였다.

나는 가끔 와인을 디캔팅하며 생각한다.

이 병 안의 액체 또한 양자 상태다.

달콤함과 쌉쌀함, 부드러움과 긴장감이

동시에 존재하며, 마시는 순간 각각의 가능성이 열린다.

좋은 와인은 정답이 아니라,

수많은 확률의 향기다.

마실 때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시간이 흐르면 전혀 새로운 인격을 드러낸다.

그건 연산이 아니라 숙성이다.

계산이 아니라 기다림이다.

양자컴퓨터가 불확실성을 계산한다면

와인은 불확실성을 체험하게 한다.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만약 양자컴퓨터가 내 인생의 모든 선택을 계산해 준다면,

나는 과연 더 행복해질까?

아마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인생의 아름다움은

정확함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음에서 피어나기 때문이다.

사랑도, 시장도, 와인도,

그 불확실성 덕분에 향기롭다.

확실한 순간은 늘 짧고,

의심과 망설임의 시간만이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잔을 들고,

세상의 불확실성을 한 모금 삼킨다.

그 속에는 실패의 산도와, 후회의 탄닌,

그리고 아주 미세한 희망의 단맛이 섞여 있다.

나는 그 맛을 사랑한다.

완벽하지 않아서 살아 있는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언젠가 우주의 모든 상태를 계산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한 잔의 와인으로 세상을 이해할 것이다.

그 계산이 끝날 때마다

나는 향을 맡고, 감정을 기록하고,

사라지는 순간을 감탄할 것이다.

기계는 세계를 연산하겠지만

나는 여전히 세계를 스월링 할 것이다.

그건 기술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감정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잔에 남은 온기만큼은

기계가 결코 복제할 수 없을 것이다.



� 스월링 노트 | 양자컴퓨팅과 와인의 신비

1. 세상은 확률로 움직이지만, 감정은 여운으로 남는다.

확률은 결과를 예측하지만,

감정은 결과를 기억한다.

2. 투자자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다.

수익과 손실은 관측되기 전까지 동시에 존재한다.

3. 시장은 양자 얽힘의 시공간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모든 감정은 서로에게 파문을 보낸다.

4. 와인은 확률의 향이다.

매해 같은 포도, 같은 밭, 같은 사람이라도

결과는 언제나 다르다.

그 불확실성이야말로 와인의 영혼이다.

5. 인간은 계산하지 않는다. 그는 느낀다.

AI는 정확함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인간은 향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 추천 와인 : 키플링거 카베르네 소비뇽 (Keplinger Cabernet Sauvignon 2017)

생산지 :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품종 : 카베르네 소비뇽 (소량의 프티 베르도, 말벡 등 포함)

스타일 : 현대 나파의 정수, 강렬하고 정제된 다크 후르츠와 흑연, 라벤더, 스모키 오크의 복합미

구조 : 고전적 보르도의 균형 위에 나파 특유의 에너지와 열정을 더한 구조

� 테이스팅 노트

짙은 자주 빛의 심연에서 검은 체리, 블랙커런트, 크랜베리의 향이 미세한 연기처럼 피어난다.

첫 향은 단단하고 냉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따스한 바이올렛과 코코아, 머스크의 숨결이 스며든다.

입안에서는 중력처럼 밀도 있는 질감이 퍼지고

미세한 산도가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탄닌은 매끄럽고 정교하며 구조는 마치 양자 상태처럼 다층적이다.

한 모금마다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공기와의 접촉에 따라 와인은 스스로의 방향을 바꾸고

감정처럼 진폭을 넓힌다.

확정되지 않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 추천 이유

키플링거는 양자역학적 미학을 가진 와인이다.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고, 계산된 구조 안에 감정의 파동이 산다.

2017년 빈티지는 특히 불확실성의 우아함을 보여준다.

그것은 양자컴퓨터가 세상의 모든 상태를 예측하려 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인간의 감정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 와인은 AI의 냉정한 연산에 맞서는 감정의 선언이다.

한 잔을 스월링 할 때마다 향은 다른 우주를 연다.

그것은 투자와 인생이 닮은 양자적 진실.

결코 하나의 결과로 닫히지 않는

아름답게 흔들리는 존재의 상태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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