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는 너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

by 식물감각

아름다움이란 완벽함이 아니라 진실에 관한 것이다.

릴케는 그것을 일찍이 깨달았다.

릴케는 자신의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에서 머리와 팔, 다리가 없는 조각의 형상에

결핍이 아니라 완전함을 본다.

사라진 부분에도 생명이 남아 있고,

그 틈에서 우리를 응시하며 속삭인다.

“너는 너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

진정 아름다운 것은 완벽한 형상이 아니라,

그 안에 진실을 품은 균열이다.

인간은 결함 있는 존재이기에

흠보다 균열에서 위로를 얻는다.

나는 그 틈에서 관능을 느꼈다.

언젠가 사랑했던 이의 젖은 숨결처럼,

피부 아래를 흔드는 미세한 떨림.

아마 그것이 내가 투자에 중독된 이유였을 것이다.

매일 새로운 숫자, 새로운 기대, 새로운 쾌락.

그것은 감각의 게임이었다.

나는 문득 가장 부끄럽고도 매혹적이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오르지 않는 종목을 사랑했고,

기업의 성장성보다 감정에 기대던 날들이 있었다.

수익이 마이너스 52퍼센트를 가리킬 때조차,

그 주식이 나를 이해할 것만 같았다.

어리석고, 치명적이었으며, 그래서 잊히지 않는다.

그건 욕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쾌락이었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결핍에서 시작된다.

흠 없는 차트나 완벽한 수익률 곡선은 계산된 허상일 뿐.

우리를 바꾸는 것은 대칭이 아니라, 균열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다.

그 빛은 흘러내리는 와인의 다리에서,

흔들리는 마음의 결속에서 드러난다.

나는 그날의 마이너스를 잊지 못한다.

그 손실은 나를 꺾지 못했고, 오히려 유연하게 했다.

나는 기울었고, 그러므로 흔들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 흔들림 자체가 리듬이 되었다.

내가 마신 와인도 그랬다.

뤼시앙 르 므완 본 마르(Lucien Le Moine Bonnes-Mares Grand Cru 2018).

첫 향은 약간 거칠고, 토양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섬세한 라즈베리 향이 반항처럼 번졌다.

그러나 그 어긋남이, 이 와인을 잊을 수 없게 만든다.

매끄러움이 아니라 그 틈에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이 와인은 완벽보다 진실로 나를 유혹했다.

혀끝에 닿자 속삭였다.

“완벽한 척하지 마. 나는 네 불완전함이 좋아.”

진실은 언제나 불완전함을 통해 말을 건다.

나는 와인을 마실 때, 첫 향의 균열을 기다린다.

너무 매끄러운 와인에는 감정의 여백이 없다.

삶도 그렇다.

균열이 없는 인생에는 침투할 빛이 없다.

그 빛은 눈물처럼 맺히고, 쾌락처럼 미끄러진다.

나는 그런 와인을 원한다.

조금 위험하고, 조금 불완전하며, 절대 잊히지 않는 것.

나는 부재된 토르소 조각의 머리와 팔을 통해 나를 본다.

투자의 실패, 감정의 불균형, 과잉된 욕망과 늦은 통찰 속에서

기울어진 어깨와 쓸쓸한 입술의 선을 재발견한다.

릴케는 그것을 ‘응시’라 불렀지만, 나는 ‘유혹’이라 부른다.

그 유혹은 부드럽다. 실크처럼 닿지만, 사포처럼 남는다.

촉촉하게, 그러나 확실히 나를 긁어낸다.

그리고 나는 깨닫는다.

투자란 불완전한 나로서도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증거였다.

예측은 틀리고, 수익은 변하지만,

불확실성과 실패, 그리고 회복의 반복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하루하루 흔들리며 시장을 바라보는 나 자신에게서

작은 희망이 피어났다.

고점의 포효보다, 손실 속에서 다시 포지션을 잡는 그 행위가

나를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릴케의 시는 조용히 속삭인다.

“너는 너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묻는다.

정말 삶을 바꾸고 싶은가,

아니면 이 관능적 고통 속에 더 머물고 싶은가?

이제 나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불완전한 나로서, 불완전한 투자자로서,

불완전한 희망으로서

그래, 진짜 수익은 거기서 시작된다.

아니, 어쩌면 진짜 쾌락은.

이것은 투자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내가 내 삶을 조금 더 진실하게,

조금 더 관능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나는 웃는다.

오늘도 계좌는 흔들리고, 세상은 불확실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의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 스월링 노트 | 너는 너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

1. 당신은 성과가 아닌 당신 자신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수익률은 숫자일 뿐이다. 진실은 그것을 바라보는 눈빛 안에 있다.

2. 완벽함을 추구하는가, 아니면 완전한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름다움은 균열에서 새어 나오는 목소리다.

3. ‘잘된 투자’를 자랑하는가, 아니면 ‘부끄러운 실패’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사람을 바꾸는 것은 수익이 아니라 손실이 남긴 침묵이다.

4. 당신의 가장 불완전했던 순간은 당신을 가장 솔직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그때 당신은, 사실 가장 아름다웠다.

5. 당신은 지금, 당신의 삶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

 릴케의 시는 조용히 되묻는다.

 “너는 너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

 삶의 변화는 거대한 결단이 아니라,

 어느 날 문득 진짜 나를 마주하는 응시에서 시작된다.




� 추천 와인 :뤼시앙 르 므완 본 마르 그랑 크뤼 2018 (Lucien Le Moine Bonnes-Mares Grand Cru 2018)

생산지: 프랑스 부르고뉴 코트 드 뉘

품종: 피노 누아 100%

스타일: 우아하고 철학적인 구조, 감정의 결을 드러내는 와인

� 테이스팅 노트

깊은 루비 빛. 블랙베리, 크랜베리, 자두의 복합 향.

장미와 제비꽃의 플로럴 노트가 겹겹이 퍼지고,

시간이 흐르며 삼나무, 바닐라, 감초, 젖은 자갈의 미네랄이 더해진다.

입안에서는 실크 같은 탄닌과 긴장된 산미가 교차하며,

매끄러움 속에서 미세한 어긋남이 서사를 만든다.

진실은 바로 그 불협화 속에서 깨어난다.

� 추천 이유

뤼시앙 르 미완의 본 마르 2018은

릴케의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처럼 완벽보다 진실로 말하는 와인이다.

그 약간의 불균형이 감각을 깨우고,

우리 안의 균열을 비추며

결국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이 와인은 묻지 않는다.

“아름답지 않은가?”

대신 이렇게 속삭인다.

“너는 너의 삶을 바꾸어야 한다.”

keyword
이전 13화상승과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