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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녀사 Apr 08. 2024

덕질은 친구를 만든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 미술 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 미술 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

:덕질은 친구를 만든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초등 3학년 여아 엄마입니다. 내향적인 아이로, 친구 관계에 적극적이지 못해요. 여자아이들은 단짝 친구가 중요하다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 한 번도 단짝을 만들지 못했어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아이를 보며 가족들도 안타까워하고 있어요. 2학년 때까지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며 사귀는 것을 단념한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조용히 색종이를 접거나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어요.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발표를 시키고 대답할 때, 친구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종일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내향적인 아이라 신중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처럼 친구가 없어도 상관없다’라고 말하며 의기소침 해하는 아이를 보며, 단순히 친구가 없다는 것이 사회성에 문제뿐만이 아니라 자존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딸과 같은 내향적인 성향으로, 딸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며 초반 적극적으로 아이 친구를 만들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의 감정이 들었어요. 그래서 늦었지만, 심리상담을 통해 아이의 자아존중감과 사회성 향상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혹시 미술치료도 아이의 사회성에 도움이 될까요? 그림 그리고 미술 활동하는 것이 과연 아이의 사회성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무던하게 양육하는 미술치료사인 나조차도 학기 초 학부모 상담에서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바로‘아이의 또래 관계’이다. 나를 닮아서 내향적인 것 같은 아들이 학교생활에서 또래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해 매우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많은 걱정을 했다. 지금은 '내향적'이라는 용어가 듣기에 좋은 단어로 자주 사용되지만, 과거에는 그저 소심하고, 의기소침하며, 또래 관계에 소극적인 조용한 아이로 다소 부정적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양육에 있어 무던함을 장착하고 아이에 대한 믿음을 갖자는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나조차도 선생님에게 내 아이가 사회성이 낮고 또래 관계가 소극적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날 밤은 맥주와 함께 오열 각일 것이다. 물론, 나 또한 이러한 경험이 있고, 아마도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마무리하는 몇 년간은 오열 각이 유지될 것이다. 이처럼 유연하고 무던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것이 내아의 ‘사회성’이다.


    과거에는 아무리 내향적인 성향의 아이였어도 지금처럼 또래를 사귀는 것이 어렵진 않았다. 어릴 적 우리는 형제자매가 적어도 한 명에서 세 명이 있는 그런 대가족의 형태였다. 외향적인 첫째 언니가 옆집 친구와 놀이터 약속이 있어도 혼자 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늘 어머니의 잔소리에 동생들과 함께 놀이터를 갔었다. 그 아무리 내향적인 동생이어도 정글과 같은 험난한 놀이터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응’이 필수였다. 잠깐이래도 언니들의 놀이에 집중하지 못하면 구박받는 것은 당연하고, 온갖 허드렛일과 가장하기 싫은 역할을 도맡아야 했다(아빠, 남동생, 오빠, 심지어 강아지) 그리고 늘 동생을 때어놓기 위해 언니와 오빠들이 합동작전을 짰고, 동생들은 낙오되지 않기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리며 이 놀이 흐름에 맞추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었다.

    

    그때는 그랬다.


    오빠 친구가 내 친구고, 누나 친구 형들이 내 친구였다. 내향형, 외향형의 구분 없이 대가족의 형태만큼이나 다채로운 ‘친구관’이 존재했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과거에는 학부모 상담 때 또래 관계에 대한 질문조차 없었고, 의문도 없었다. 지금과 같이 5세부터 18세 자녀를 둔 어머니가 첫 번째로 궁금해하던 질문이 또래 관계일 줄이야.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보이는 내 아이를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로 부모로서 너무 괴로운 일이다. 영유아기의 문화센터 친구부터 잘 다져진 어머니에서 파생된 내 아이의 ‘친구관’도 초등 중 학년까지 유지되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느 순간, 아이의 또래 관계에 어머니의 노력이 닿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학업에 대한 부족한 부분은 어느 정도 부모의 역량으로 개선해줄 수 있다지만, 아이의 학교생활에 또래 관계까지 도움을 주는 것은 역부족인 것을 알고 있기에 걱정과 두려움이 크다.


   이렇다 보니, 아이의 사회성을 향상하기 위해 어머니도 무던히 노력한다. 하교 후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사 먹으라며 용돈을 쥐여준다. 또한, 아이가 반에서 호감 가는 친구를 언급하면, 십시일반 그 친구 어머니의 번호를 알아내 주말에 초대하기도 한다. 특히, 여자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무한 공감하실 ‘친구 따라 학원가기’까지를 실행하며, 내 아이의 또래 관계 형성을 위해 큰 노력을 한다. 물론, 이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솔직히 나도 내 아이와 성향이 맞는 친구를 무던히도 초대했던 경험이 있다. 다행히도, 어머니의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하여 내 아이의 또래 관계에 긍정적인 물꼬를 터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아존중감과 사회성이 낮은 아이들의 대부분은 어머니의 이러한 긍정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힘이 약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회성 향상과 함께 자아존중감이 끌어올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여기에 있다. 이 장에서는 아이의 사회성 향상에 초점을 두며 이를 단단하게 지지해줄 자아존중감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해주는 미술 활동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내 아이의 사회성 향상을 위해서는 아이의 덕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덕질’이란 열성 팬 활동이나 취미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덕질은 취미로서의 즐거움과 타인과의 소통과 친목을 형성하는 중요한 활동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탐색하고 확장의 과정이 결국 사회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창피함을 무릎 쓰고 나의 과거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무던한 미술치료사인 나의 유년기는 극 내향의 절정기였다. 극 내향적인 어린 시절 나는 내 번호의 날짜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했다. “며칠이니, 몇 번 책 읽어봐라, 몇 번 이거 문제 풀어봐라”의 선생님의 말씀이 두려워 등교하는 것도 힘들었다. 또한, 소풍이나 체육대회가 있을 때 수업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기쁨은 있었지만, ‘누구랑 같이 앉아 가야 하나? 내가 먼저 가서 버스에서 같이 앉자고 말을 해야 하나? 그 친구는 누구랑 앉을 것 같은데’라는 고민으로 소풍의 설렘보다는 사사로운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그런 소심했던 아이였다. 이런 극 내향적인 과거의 나에게 친구라는 물고는 뜻밖의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은 바로 ‘드래곤볼 만화책 덕질’이었다. 

   쉬는 시간 무료함을 달래려 내가 좋아하는 드래곤볼 만화책을 챙겨간 것이 사회성발달에 시작이었다. 말 수 없는 조용한 여자아이가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만화책을 읽고 있는 모습도 신선함을 일으켰고, 궁금함 해 하나둘씩 만화책에 관심을 보였다. 한두 명씩 쉬는 시간마다 만화책을 돌려보며 조금씩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렇게 몇 명의 친구들과 소통하며 드래곤볼 덕질을 본격적으로 함께했었다. (곧 마흔인 나의 곁에는 그때의 덕질 친구가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 물론, 드래곤볼 덕질로 극 내향형의 내가 갑자기 외향형으로 변해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인싸가 된 것은 아니다. 덕질의 핵심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 타인과 긍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미술치료로 아이의 사회성과 더불어 자아존중감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일단, 치료사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함께 아이의 장점을 찾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기 표현력과 자아존중감이 향상된다. 이렇게 치료사와 함께 내면을 단단하게 형성시킨 후에 또래와의 소통에 힘을 실어본다. 덕질을 통해 또래에게 다가가는 법을 치료사와 작품을 통해 시뮬레이션해보며 사회성 훈련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아존중감과 사회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미술 활동은 무엇이 있을까? 오랜 시간 많은 아이를 만나오며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덕질활동을 소개해보려 한다.


활동 1.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괴물 덕질을 작품으로 표현해 보고 또래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 보는 활동이다. 남자아이라면 최근 유행하는 괴물과 요괴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라면, 괴물 캐릭터를 다양하게 그려보며, 친구들과 나눌 이야깃거리를 치료사와 연습해본다.

(아이가 그린 괴물 캐릭터를 한 친구가 책상에서 발견했을 때의 상황)

“어, 이거 「도그데이」다 !”(친구)

“응, 내가 그린 거야”

“우와 진짜 잘 그린다”(친구)

“응, 이거 말고 다른 「파피플레이타임」 애들도 그려봤어, 볼래?”

이렇게 작품을 통해 친구들과 나눌 수 있는 스몰토크를 연습하며 치료사와 함께 사회적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파피플레이타임 친구들1
파피플레이타임 친구들2

활동 2.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덕질을 작품으로 표현해 보고 또래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가 보는 활동이다. 과거에는 만화가 한 영역으로만 생각되었지만, 현재는 만화의 캐릭터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영역들이 등장하고 있다. 완구와 문구 용품뿐만 아니라 도서까지 뻗어 나가고 있을 만큼, 만화의 의미가 과거와는 다르다. 최근 여자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산리오」 캐릭터에 덕질해보며, 작품을 만들어보고, 친구들과 나눌 이야깃거리를 치료사와 연습해보는 활동이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 이상으로, 치료사와 함께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친구들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시나모롤 모루인형
폼폼푸린 스퀴시

사회성 향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지 않다. 대신, 치료사 한 사람과 아이의 신뢰로운 1:1 관계 형성부터 첫걸음이 되어 사회성이 자라날 수 있다. 또한, 미술 작품이라는 끝내주는 결과물이 마중물이 되어 아이의 사회성 향상에 긍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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