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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녀사 Apr 29. 2024

분노를 다스릴 줄 아는 무던한 아이의 미술 활동

스트레스와 분노 분출용 야구방망이

분노를 다스릴 줄 아는 무던한 아이의 미술 활동

:아이가 스트레스를 분출하도록 야구방망이를 사용하는 것은 건강한 해결책일까요?


또래보다 체격이 큰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는 어머니의 요청으로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아이가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 후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 졸업할 때까지 나와 함께 상담을 진행했고, 아이는 밝고 쾌활한 성격을 가진 아이로 성장했다. 아이의 과도한 부정 에너지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되기까지 4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드라마틱하게 몇 회기 만에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이 아이를 처음 만났던 4년전, 거실 한쪽 벽에 세워져 있던 야구방망이가 인상 깊었다. 나중에 그 야구방망이의 용도를 어머니와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가 화가 나면 씩씩거리며 화를 삭이기 어려워해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는 행동을 반복했어요. 자신의 화가 누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면 누나 이름을 읊조리며 욕설을 내뱉고 물건들을 발길질로 걷어차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화내지 말고 진정하라고 하면 불똥이 튀어서 저와 2차전이 시작되는 악순환이 반복돼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을 때 어디선가 들은 바에 따르면, 야구방망이로 이불을 힘껏 내려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하면 건강하게 분노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해요. 그러나, 아이가 문제행동을 보일 때 이 방법을 몇 번 시도했지만, 어떤 중요한 부분을 놓친 것 같았어요. 아이가 화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누나의 이름을 불러대며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소파를 정신없이 쳐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을 예상한 건 아닌데’라는 감정이 들며, 저도 혼란스럽더라고요. 때로는 분노가 쉽게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지만, 때로는 누나에 대한 감정이 더 크게 증폭되어 아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분노가 넘쳐흘러 야구방망이로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인가요?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머니와의 상담을 통해 야구방망이가 거실 한쪽 벽면에 세워져 있던 역할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내 아이의 스트레스와 분노를 표출하는 용도'였던 것이었다.



우리도 스트레스를 받고 분노가 치밀에 오르는 상황에서 적절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한두 개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주로 ‘잠’을 이용한다. 심란해서 잠이 오지 않을지라도, 대낮이라 할지라도 불을 모두 끄고 커튼을 닫아 깜깜한 상태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자려 노력한다. 잠시의 쪽잠은 부정적인 감정을 다소 진정시켜주고, 맑아진 정신으로 문제 상황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청소년기의 큰딸은,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다른 손에는 반려견 목줄을 잡고 무작정 집을 빠져나간다. 친구와의 신랄한 폭풍 수다를 나누며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것을 선호한다. 대화로 분노감정을 표현하고, 두 발로 열심히 움직이며 부정적인 감정을 무던히 털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중년에 접어든 나는 나만의 스트레스와 분노표출 방법을 적절하고 무던하게 해소하는 법을 익혔다. 동시에, 청소년기의 17살 딸은 자신에게 알맞은 스트레스 해소방법을 찾아가는 시기에 있다. 딸은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그 결과를 통해 장단점을 파악하며 슬기롭게 선택해보았다.


그러나 문제는 6살부터 13살까지의 아동기 아이들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다스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때로는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인식하는 것조차 어려울 때도 있다. 평소에는 차분하게 잘 맞추던 레고를 가지고도 어느 날은 잘 맞추지 않아 씩씩거리고, 또는 한 부분을 빼고 싶은데 빼지 못해서 씩씩거리기도 한다. 그뿐이랴 "그 노랗고 길쭉하고 구멍이 4개 있고 살짝 구부러진 그 레고 봤어? 엄마?"라며 리빙박스에 가득 찬 레고 부품을 가리키며 씩씩거릴 땐, 정말 ‘저 아이가 왜 그러는 거지? 뭐 때문에 저렇게 잔뜩 골이 난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최악은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을 다른 대상에게 표출할 때일 것이다. 그렇게 분노에 휩싸인 상황은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저항할 수 없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 노랗고 길쭉하고 구멍이 4개 있고 살짝 구부러진 레고를 어머니가 찾아주지 못했을 때,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며 레고 부품이 가득 감긴 리빙박스를 쏟아버리고 양팔로 레고 더미를 휘저으며 난장판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분노의 대상이 레고에서 어머니로 변하며 비난의 화살이 어머니에게 향해 “엄마 때문이야! 엄마 미워!”라고 소리친다. 


그래도 최근에는 많은 부모님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려 많이 노력하고 있다. 비난의 화살이 어머니에게 돌아와 아이가 던진 레고에 맞을지언정 일단 아이의 속상한 감정을 읽어주려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만약 나의 어린 시절에 그 상황이었다면, 우리 어머니는 아마도 "쓰읍"을 외치며 내 부정적인 감정을 무시하거나, 혹은 등을 때리며 “네가 정리를 안 해서 잃어버린 거로 왜 짜증이야!”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노에 대한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것과 분노의 표출방법과는 매우 다르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내 아이의 분노를 알아차리는 인식단계다. ‘너의 분노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이런 행동할 만큼 몹시 화가 나 있구나’의 단계로 아직 올바른 방법으로 분노를 소거할 방법은 제시해주지 않은 단계이다. 여기서부터가 굉장히 중요하다. 앞에 서론에 언급된 야구방망이 사례에서 ‘어떤 중요한 부분을 놓친 것 같다’라고 언급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부정감정에 한계를 그어주는 것과 분노의 분출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승화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무작정 레고와 어머니에게 분노를 표출하지 않기 위해 야구방망이를 쥐여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행동은 아이의 분노와 스트레스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


“속상한 마음은 알겠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욕과 폭력적인 방법은 절대로 안 돼”

“속상한 마음으로 레고 상자를 쏟고 던진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안 돼, 진정되면 직접 치워”


와 같이 아이에게 꼭 부정적인 감정에 한계를 제시해줘야 한다. 감정에 한계를 정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자기중심적으로 되어가며 스트레스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가지 못한다. 분노의 감정은 숨길 수 없는 본능적인 감정이다. 꼭 표현해야 하는 이 핵심적인 감정을 아이가 어떻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분노의 표출에서만 상황이 마무리되지 않아야 한다. 반드시 카타르시스의 과정 뒤에는 승화의 경험이 동반되어야 한다. 늦게 귀가한 남편에게 몹시 화가 났던 적이 있었다. 수십 번을 전화했지만 받지 않는 남편에게 엄청난 분노의 감정을 느꼈고, 남편이 돌아오자마자 “받지도 않을 전화를 뭐하러 가지고 있어? 그럴 바에는 없애버려!”라고 소리치며 현관 바닥에 핸드폰을 던져 산산조각냈던 경험이 있다. 핸드폰 액정이 조각나며 파편이 바닥에 나뒹굴 때 솔직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몇 시간이고 맘졸이며 애타게 전화했던 나를 생각하면 핸드폰 깨지는 소리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러나 다음날 깨진 핸드폰 액정을 스카치테이프로 고정해서 들고 있는 남편을 보자 마음이 불편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쌤통이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다음날 느끼는 감정은 미안함과 어찌할 바 모르겠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이 감정을 미해결된 감정이라고 한다. 즉, 미해결된 부정감정은 혼란과 불안을 초래하여 정서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자아존중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내 아이의 안전한 분노감정 표출과 승화에 도움이 되는 미술 활동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던한 육아를 하는 미술치료사인 나는 미술 활동으로 무던히 분노를 다스릴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끝내주는 완성작품을 통해 부정적 에너지가 긍정적 에너지로 변화하여 승화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노를 효과적으로 다스릴줄아는 미술활동은 다음과 같다.

활동 1. 신문지를 활용하여 신문지 공을 만들고 놀이하는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신문지를 찢고 구기는 것은 아이들의 대근육과 소근육을 고르게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찢을 때 분노의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촉감 활동으로 작용한다. 이후에는 동그랗게 뭉친 신문지를 단단하게 종이테이프를 사용하여 감아본다. 종이테이프로 꼼꼼하게 감아 신문지가 튀어나오지 않도록 하면서 이 과정에 몰입함으로써 분노의 에너지를 차분하게 전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신문지 공들을 택배 상자에 넣는 놀이를 가족과 함께 진행해본다. 이러한 활동은 분노의 감정을 안전하고 즐겁게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문지 공

활동 2. 신문지를 활용하여 지구본을 완성해 보는 활동이다. 활동 1과 같이 신문지를 찢고 뭉쳐 신문지 공을 만드는 과정은 동일하나, 작품완성을 통해 자아효능감 향상에 도움을 주는 활동이다. 한지를 활용하여 지구본을 꾸며주고 열쇠고리 달아 마무리해주면 된다. 지구본의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책을 찾아보거나, 핸드폰으로 관련 이미지를 검색해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분노의 감정을 생산적인 에너지로 전환하여 긍정적인 행동으로 끌어내는 과정을 경험한다.


신문지 지구본1
신문지 지구본2

활동 3. 우드락을 격파하고 우드락 조각으로 작품을 만들어보는 활동이다. 이 활동은 분노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창조적인 활동이며, 우드락을 격파하고 조각을 쪼개며 감정을 표출하고 해소할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안전하고 즐거운 경험을 위해 규칙을 정하고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주먹이나 손날을 사용하여 격파하거나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하나, 둘, 셋, 격파) 또한,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이다. 철사를 사용하여 조각난 우드락을 적절히 고정하여 높이 높이 쌓아 보거나, 클레이로 공룡 모양을 만들어 우드락을 공룡의 등에 꽂아 공룡을 완성하는 등의 창조적인 방법을 시도할 수도 있다. 우드락 격파 활동은 다양한 연령대의 아동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은 5살 어린 아동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무던하게 적합한 활동이다.


우드락 격파 작품1
우드락 격파 작품2



분노의 감정은 숨길 수 없는 본능적인 감정이다. 이러한 분노라는 본능적인 감정을 아이가 어떻게 인식하고 그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부모님은 지금처럼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무던히 읽어주며 분노의 감정에 한계만 그어주면 된다. 더불어 분노를 잘 다룰 수 있도록 조절하는 법을 알려주고 승화의 과정을 함께 한다면 내 아이의 분노와 스트레스 문제에 야구방망이를 꺼내 쥐여주는 것이 아닌, 무던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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