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감을 실감하기.
얼마 전 검진을 받았는데 교정시력 1.0이던 시력이 0.5로 나왔다. 이 안경으로 몇 년을 문제없이 잘 보이는 줄 알고 지내왔고 최근에도 도수 그대로 안경을 맞췄는데.... 갑자기 안 보이는 글씨가 생기고 오히려 안경을 벗으면 잘 보이는 거다. 아... 다초점렌즈가 필요한 노안이구나.
욕실에서 씻고 나와서 한참 뭔가 하다 보니 시야가 좀 컴컴한 느낌이 든다. 안경이 내 눈에 없다. 평소 내가 안경을 벗어두는 자리를 하나씩 되짚어 찾아봐도 없다.
샤워할 때 벗어두었나 싶어 화장실에 가서 찾다가 거울을 보고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안경은 머리띠처럼 내 머리 위에 있다. 등에 업은 아이 찾는다는 둥. 핸드폰이 냉장고에서 발견된다는 둥 웃고 넘긴 일화 중에.
머리에 쓰고 안경 찾기를 내가 실행했다. 아... 진짜 어쩌자고 이러니...ㅠㅠ
서글프기도 하지만 어쩌랴.
아이들이 자라남을 보면서 나의 노화 또한 당연한 일임을 내 마음에게 설득시켜 본다.
내가 늙어 아이들이 자란다면 못 바꿀 것도 없다.
새치가 늘어가고 노안이 오고 건강검진의 결과가 모두 적색 혹은 주황색이라 해도 마냥 바닥으로 감정을 떨어뜨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2.4 kg 미숙아로 나온 쌍둥이들이 이젠 나와 키를 견줄 만큼 자라나 주었으니 나는 성숙의 단계를 넘어 완숙의 단계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싶다. 부디 몸만 완숙으로 가지 말고 내면의 생각들도 성숙해지면 좋겠다고 기도한다.
조만간 안과를 방문해서 시력검사를 다시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