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KE UP2

다행

by MAMA

미국 중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원했었든 원하지 않았었든 농부였다. 농사 밖에는 다른 것은 몰랐다. 아들도 당연히 농사를 지으리라 생각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농사법도 현대화 될 필요를 느낀 아비는 아들을 도시 농과대학에 보냈다. 그러나 아들은 대학에서 아처 슬론을만났다. 영문학과 사랑에 빠진 아들은 아비에게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아들은 평생 학교를 떠나지 아니하고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한다. 그 아들의 이름은 윌리엄 스토너.


이 소설은 1920년대를 바탕으로 시작하는 1차 세계대전부터 2차세계대전까지의 대학가의 한 조교수의 일대기다. 그의 진심을 담은 학문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인내와 고찰, 철저히 사회의 일부가 되는 삶을 신실하게 살아나갔던 일반인이다. 그는 대단하지도 않았고, 그의 삶이 내노라 할 것이 많았던 화려한 삶도 아니었다. 그는 지독히 평범했지만, 그가 책임지고자 했던그 의 선택들에 대한 태도는 그를 영웅으로 부를 수 있을 만큼 온전했다.


첫 눈에 반한 이디스와의 결혼. 이디스는 완벽을 추구했던 어머니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윌리엄 스토너를 이용했다. 그다지 부유하거나 전망이 있었기에 윌리엄 스토너를 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가 절대로 그녀를 버리거나 떠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를 택했다는 것을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깨달았다. 완벽하게 실패했던 그의 선택였음에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히스테리컬하고 그와 딸 그레이스를 사랑한 적이 없는 이디스와의 결혼 생활에 성실했다. 유리같이 깨질듯 한 이디스의 곁을 침범한 적이 없고, 이디스가 윌리엄과 딸 그레이스의 관계를 단절시켰을 때도 이디스를 나무란 적이 없다.


재직 중이었던 대학교 동료 교수인 로맥스의 무례함과 그를 향한 공격을 끝까지 사람에 대한 존중과 인내, 그리고 학문에 대한 정직과 정의로 맞섰다. 로맥스는 결함과 결핍을 가졌고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테지만 그의 비뚤어짐은 약한 듯 선함으로 무장한 윌리엄에게 날카롭게 공격되어졌다. 교수로 재직하는 40년의 세월 중 과반의 세월을 그 둘은 반목했다. 로맥스는 결코 윌리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가 사랑했던 캐서린을 떠나게 만들었을 때도 그에게 흠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깊숙한 내면의 선함은 결코, 그 어떤 것에도 망가지지 않을 만큼 단단했다.


그의 퇴직을 축하하는 음모의 자리. 그의 몸은 이미 암과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 끝날까지 교수로서 학기를 끝내지 못하고 떠남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순간의 게으름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수술을 했지만 살 수 없었다. 온 몸에 퍼져 버린 암이 그를 엄습했다. 그는 고통스러웠지만 자유로웠다. 평안했다. 그의 마지막은 그의 삶은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라는 질문과 함께 사라졌다. 어차피 0인 인생인데……


어차피 0.


며칠 전, 지인이 쓰러졌다. 그 지인은 쉰이 넘은 나이지만 결혼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스무 살 넘어 생긴 뇌질환 때문에 평생 약을 먹었고, 그녀는 아프지는 않았지만 매일 매일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다. 뇌질환 약은 그녀를 평안하게 그리고 잔인한 노곤함을 주었다. 뭘 해도 개운하지 않은 안개 낀 듯한 생각은 그의 몸과 걸음을 늘어지도록 잡았다. 뇌졸증이 왔고, 당뇨도 왔다. 그녀는 노모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웃었다. 노모의 일을 도왔고, 조카를 돌보았다. 조카에게 라면을 끓여 주었고, 조카의 등하굣길을 동행했다. 어느 날, 동생 집에 보낼 고춧가루를 빻기 위해 빨간 고추를 반질반질 닦다가 심장이 멎었다. 그녀는 지금 코마상태다. 그토록 평온한 얼굴을 하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 없으니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며....


성가대에서 ‘난 만족합니다’라는 찬양을 부르는 데 그 지인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연습 도중 눈물이 그렁거려 찬양을 부를 수 없었던 순간이 몇 고비나 있었다. 그 날, 지난 여름 휴가 때 부산의 교보문고에서 샀던 ‘스토너’라는 책의 책장을 닫았다. 눈물이 흐르는 것을 그대로 두었다. 어차피 0인 삶에 우리는 무얼 그토록 기대했는가?


항상 기뻐하라는 주의 말씀이 가슴 깊이 사무친다. 주의 명령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어차피 모든 인간의 삶은 0으로 귀결된다. 많이 가져도 못 가져도 많이 배워도 못 배워도. 내 삶의 모든 사칙연산의 답은 0이다. 나도, 너도 그 정답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산다. 주께서 우리를 보시기에 얼마나 불쌍하실까? 그 허무한 삶이지만 주께서 주셨기에 소중한 하루 하루를 열심을 다해 책임지며 살 것이다.


주님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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