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KE UP2

계획

by MAMA

episode 1


2주 전, 한 지인이 돈을 빌려달라고 전화를 했다. 그 지인은 내가 몇 년 동안 그가 주께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학창시절 새벽예배부터 교회에서 봉사를 했던 그였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님을 멀리 떠난지 오래다. 지인이 그 전화를 하기까지 얼마나 고민을 했을지 생각하니 빌려주는 게 아니라 받지 못할 거라 생각해도 돈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달에 예기치 못한 사건들의 발생으로 가계 사정이 빠듯했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시일 내에 돈을 갚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무언가에 떠밀려 빌려 주었다. 그게 내 최선이었다.


그 후, 나가야 하는 일정에도 없던 세금들, 결혼식 등의 행사비용이 생겼고 지인에게 빌려 주었던 돈 몇 푼이 아쉬웠다. 못내 전화를 들까 말까 문자를 보낼까 말까를 수 차례 고민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나의 인내치 못함이 주의 의를 이루지 못할 것 같았다. 좋은 마음으로 긍휼을 베풀어 나의 수고를 감내하고 그의 간절함을 해갈해주었음이 보상받지 못한다해도 괜찮다 했음이 처음 마음이었다. 끝까지 그 마음을 지키기를 스스로 바랐다. 결국, 휴대폰에 몇 자 적었던 글을 지웠다. 바로, 그 다음 날 아침.


그에게 전화가 왔다. 밝은 목소리였다. 속도 모르고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그의 진심이 전달되었다. 고맙게 그 몇 푼의 돈을 잘 썼고, 곧 갚겠다는 전화였다. 어제의 섣부른 마음이 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 그리고 내 마음과 생각을 주께서 알고 응답하셨다는 확신에 안도하면서 그 날 가슴을 쓸어 내렸다.


episode 2


바람이 기분 좋게 불었던 지난 주일 아침이었다. 두 아이 모두 찬양팀과 성가대에 서고, 나 또한 성가대를 서기 때문에 주일 아침 늦잠은 포기했다. 11시 본 예배에 앞서 9시 20분까지는 늦어도 교회에 도착해서 연습에 임해야 함에도 꼭 5분에서 10분정도 지각을 했다. 서둘러 나온다고 해도 어떤 날은 큰 녀석이 어떤 날은 막둥이가 번갈아 가면서 뭉기적대며 늑장을 부려서 5분 10분의 신뢰의 가치를 깎아 먹었다. 마음을 먹고 일찍 깨워도 그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과속을 해서 겨우 도착해도 허겁지겁이었다. 그런데 그 날은 유난히 아이들이 수월하게 일어났고, 10분이나 일찍 도착을 했다. 별 일이다 여겼고, 그래서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가을 날 불어오는 아침 바람을 즐거이 즐기면서 차에서 내렸다. 바로, 그 때.


“여기!!! 문집사님!!


누군가 나를 불렀다. 두리번 두리번 대다가 저만치에서 손을 흔드는 성가대 대장님을 발견했다. 꽤 짐이 많아 보였다. 나야 늘 이미 간식이 가득 차 있는 통만 보았으니 그 간식이 저런 수고로 채워져 있었다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어쩜, 이렇게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셨을까? 내가 오면서 기도를 했다고. 남편도 아들도 오늘 늦는다고 해서 이 많은 간식을 어떻게 성전까지 갖고 갈까 걱정했어. 그래서 누구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고. 하하하하. 그런데 문집사님이 눈 앞에 있는 거야.”


“제가 오늘따라 일찍 왔죠. 희한한 일이네요. 대장님을 만나려고 그랬나?”


그렇게 둘이 짐을 나누어 들었다. 하필이면 그 날, 10분 이른 시각이 누군가의 간절함때문이었다니 이걸 우연이라고 말해야 하나 기적이라고 말해야 하나.


episode 3


시애틀에서 살 때의 일이다. 우리 부부는 교회에 새로 부임하신 청년부 담당 영어 목사님과 부목사님의 오른팔이었다. 남편은 청년부와 중등부 아이들이 잘 따랐다. 주일학교 교사 여자친구를 두었던 덕에 늘 교회에서 기다렸고, 그러다보니 인상좋고 성품좋은 남편은 교회에 허물없이 스며들었다. 여타 할 책임있는 직책으로 임명받지 않았어도 그가 리더임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을 정도다. 나는 결혼 후에도 유치부 초등부 아이들을 가르치는 주일학교 교사였고, 그 외 목사님들이 필요하실 때면 언제나 달려가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던 일꾼이었다.


이런 저런 많은 교회의 일을 하다보니 목사님들과 두터운 친분과 신뢰로 교제할 수 있었다. 목사님들도 우리 부부도 서로의 사정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정도였다. 토요일에는 늘 교회에 있거나 목사님들 댁에서 가정식백반을 늘 나누어 먹던 진정한 식구였다. 우리 교회는 성도가 그렇게 많지 않았고, 부목사님의 월급도 생활하시는데 넉넉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에 계신 부목사님의 아버님께서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때, 목사님께서는 정말 형편이 좋지 않으셔서 비행기표를 살 돈도 여의치 않으셨다.


그 때, 우리 부부에게는 남편이 장비를 팔아 마침 손에 쥔 쌈짓돈이 있었다. 몇 푼 안 되는 돈이긴 해도 비상시에 요긴하게 써야지 하면서 넣어두었었다.


“목사님 댁에 다녀오자.”


어느 늦은 밤, 남편과 목사님 댁을 찾아갔다. 남편은 은행에서 찾은 천불을 목사님께 드렸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 남편은 내게 말했다.


“이 돈을 꼭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니, 하나님께서 그러라고 계속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뜨거운 그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니라 하나님 마음이었어.”


목사님은 그 주에 한국에 계신 아버님을 잘 보내드렸다.



우리에게 생각지 못한 날에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누군가의 또는 나의 기도가 응답이 될 때가 있다. 우린 이걸 기적이라고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받아들이지만 이는 실로 철저한 하나님의 계획이 아니었을까.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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