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아칸소 지방 한 사람이 2조에 육박한 복권에 당첨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맞았다. 일 벼락!
돈 벼락은 사장님이 맞은 듯하고 나와 및 일개미 군단은 일 벼락을 맞았다.
죽을 것 같은 매일 매일 버거운 하루를 견뎌내고 탈출하듯이 퇴근을 한다. 1월이 시작되고 매일 멀미가 나도록 걸으며 앉을 시간도 없이 업무량을 감당하고 있다. 2층 구매부든 영업부든 자재부든 너나 할 것 없이 대략 난리통이다. 뒷짐지고 맛집이나 찾아 다니시던 연말의 그 여유는 다 어디로 갔는지 뒷선에 물러난 큰 사장, 얼마 전 늦둥이가 태어나 밤새 갓난아기와 씨름하는 작은 사장도 자재실에서 발주건들 처리하느라고 여념이 없다. 자재실이 그 지경이라는 건, 구매부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영업사원들이 매 시간 매 분 올리는 견적건에 대해 거래처와 연락하느라 바쁘고, 쏟아지는 영업사원들 발주건들은 오롯이 나한테로 오니 나도 메어터질 지경이다. 아칸소 촌뜨기 동네 어떤 사람이 맞은 돈 벼락을 우리 사장님도 맞았나보다.
내 삶에 한 방으로 점철되는 계급상승 돈 벼락은 없어도 일 개미처럼 일은 많아 40대 중반까지도 쉴 틈이 없다. 불경기에 누구는 이게 복이라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정말 일주일정도 아니, 인심 크게 써서 한 달 정도 아무 생각없이 휴양지에서 맑은 에메랄드 빛이 나는 싱겁지도 달지도 않은 음료수나 빨면서 썬베드에 드러누워 있고 싶다. 이 놈의 묻지마 청약 탓에 어쩌다 이사를 해서는 말이지 오도 가도 못하는 빚쟁이 인생이 되어버려 아이들한테 방 한칸 씩 주고나자 은행에 이자내는 노예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월셋 집 살면서 아이들하고 들로 산으로 바다로 놀러갔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도 우격다짐해 만든 1주택자 반열에 낀 중산층 계급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누리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다 책임이 뒤따른다는 락펠러인지 로스차일드가문의 누구인지 아무튼 그 말이 왜 이리 가슴에 박히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기여코 뻗고야 말았다. 그저께는 야근을 몇 달 째 지속하던 남편이 뻗어서 하루 꼬박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평상시에 약이라고는 쳐다도 안보는 남편은 나이 탓인지 약부터 찾았다. 나도 퇴근하고나면 영하 날씨에 얼어버린 베란다 고무나무처럼 생기도 없이 누리끼리 해져서 소파에 벌러덩 누워버리가 일쑤라 남편이 아프다고 해도 챙겨주지도 못했다. 사실, 내 정신과 육체를 챙기기도 버겁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방학이라 별로 손이 가질 않는다는 것. 다행중에 천만 다행이다. 여느 집들처럼 아이들을 채근질해서 방학 때 입시 학원을 보내든 인강을 끊어주든 해야하겠지만 아이들이 손사래를 치며 원하지 않았다. 언제 아이들이 그런 곳을 가기를 바란 적이 있었던가 그저 부모 욕심으로 강요한 것이지. 여하튼 아이들이 원하지 않았다는 정당한 핑계로 올해는 자고 싶은 만큼 자고 먹고 싶은 시간에 먹고 제대로 방학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 얼굴은 피부과 관리받는 아이돌마냥 얼굴에서 도자기 광이 난다. 아이들이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만 그건 내 할일과 걱정거리 일부분에 대한 아주 작은 해방이고, 밀려오는 업무와 집안일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사모님이 수고한다고 오후 세시경에 붕어빵을 사오셨었다. 며칠 전, 조금씩 얹혀서 사이다를 먹어야지 먹어야지 했었는데 붕어빵이 제대로 걸려 버린 듯 했다. 더군다나 남자 직원들과 사장님이 작업을 한다고 3층 자재실에 오후 내 있었다. 종일 혼자 룰루랄라 거리며 있던 3층 자재실에서 춥다고 히터를 켜고 몇 명이 이산화탄소를 내뿜다보니 속이 미식거리기 시작했다. 히터를 끄면 춥다고 또 켜고를 반복하니 퇴근과 동시 차에 타자마자부터 긴장이 풀려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겨우 겨우 집에 들어가자마자 몸을 누이니 밀려오는 구토감을 사이다 몇 모금, 활명수 한 병, 소화제 한 알로 진정시켰지만 역부족이었다. 밤 11시 30분 경 다 토해내고 씻고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다.
아! 그래도 출근을 했다. 거의 기어서 3층을 올라오니 대차에 실린 오늘의 일거리가 탑을 쌓았다. 직원들 고생한다고 회식을 하자고 하는데 대체 금요일 저녁에 회식을 왜 하자고 하시는지 난 사회생활이고 뭐고 초딩 밥해주러 간다고 철면피로 회식을 거절했다. 뭔가 거절할 연차도 되지 않는 햇병아리 주임이지만 뭣이 중한디. 나부터 살아야겠다. 밍밍한 이온음료 한 병을 텅텅 빈 위에 부어 넣고 초콜렛 한 입으로 당을 끌어 올려 일을 하기 시작했다. 책임감인지 뭔지 아이들 방한 칸이 뭐라고 내 인생 은행에 저당잡혀 사는 이 삶에 억지로라도 웃으려하니 요즘 실소가 그렇게 터져 나온다. 웃어야 복이 온다는데 복이 터지려는지 ....
맞고 싶다! 돈 벼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