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할 수 있다
6.8km running
2.67km waking
1h17m34s
470kal
5'51"
올 겨울은 제법 오랜 기간동안 추위가 지속되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방학내내 겨울 잠을 자는 곰마냥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겨울의 찬빛에도 해는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해가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데도 방학을 핑계삼아 눈을 뜨지 않는 녀석들은 게으름 덕분에 키가 꽤 컸다. 특히나 막둥이 녀석은 방학다운 방학을 보내고 있는데 게슴츠레 뜬 눈으로 더듬더듬 침대 옆에 쌓인 책을 집어 들고는 침대 속에서 나오지 않을 또 하나의 이유를 만들었다. 큰 녀석은 겨우내 찐 살을 뺀다고 요새 밤이면 밤마다 아우성이다. 어제 새벽에는 운동도 따라 나설 정도로 화이팅이 넘쳤지만 어제 반 배정이 나온 후로는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친했던 친구들 중 단, 한명도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다고 우울해했다. 어찌됐건 그 길고 길었던 방학도 이제 일주일도 체 남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과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되었던 여유로웠던 나의 54일간의 아침도 얼마남지 않았다.
이 여유를 즐기려고 바짝 뛰고 있다. 새벽에도 뛰고 저녁에도 뛰고.
해가 길어졌다해도 새벽6시는 아직 짙은 어둠이다. 내려 앉은 어둠만큼 공기도 무겁다. 그 시간에는 호롱불빛을 밝혀 놓고 얼리버드들 몇 마리가 졸린 눈과 부시시한 머리로 푸드덕거리는 헬스장으로 향한다. 몸이 유난히 가벼운 날이 있다. 오늘도 그런 날이 었는지 좀처럼 달려도 숨이 가뿌지 않았다.
퇴근 후, 상당히 바쁜 날이어서 만 보 가까이 걸었음에도 불구하고도 피곤하지 않았다. 새벽의 몸 상태에서 별로 차이 나지 않는 듯 했다. 태양도 아직 퇴근 전이라, 뉘엿뉘엿 넘어가는 노을의 끝자락에 아주 조금의 비타민 D라도 생성을 재촉하고자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또 튀쳐 나갔다. 내 삶에 무엇에 중독되어 본 적이 없어 중독이라 말하고 싶지 않은데 햇빛과 다 늘어진 티셔츠에 운동화만 있어도 맘껏 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가성비 갑인 이 뜀박질에 자꾸 빠져들게 된다.
유독, 오늘 무얼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걸어도 지치지 않고 뛰어도 가벼운 날이기에 평소보다 속도를 올렸다. 6초 대의 벽이 깨지질 않았었다. 마음 먹고 힘 껏 달렸다. 호흡을 크게 들이마시며 내뱉기를 반복하고, 규칙적인 심박수와 걸음소리에 집중했다. 두리번거리지도 않았다. 앞만 보고 달렸다. 하프 마라톤의 절반은 그래도 속도전이다 싶다. 초반에 힘이 있고 컨디션이 좋을 때 달려줘야 후반부 조절이 될 것 같다. 여하튼 이것도 훈련이라고 생각하니 집중이 되었다. 턱까지 밀려오는 숨을 뇌로 다스렸다. 겨우, 시작일뿐 느려지지 말자라고 다짐했다.
5분 51초.
드디어 1KM 6분대 기록이 깨졌다.
우와! 기안84랑 뛰는 권화운은 4분대라는데 대체 어찌 그리 빨리 뛰는 것인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이 정도는 뛰어야 완주를 하겠구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북극 마라톤에 참가한 강남이 계속 자신과 싸우면서도 되뇌었던 말이다.
정말 ㄴ ㅏ 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