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ing Diary

14화 시작

by MAMA

2026-03-03

5.81km

41:13

7'05"

326kcal



큰 녀석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식욕이 워낙 좋아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식욕을 참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아침을 차려주면 점심 메뉴가 뭐냐고 물어보고 점심을 차려주면 저녁 메뉴가 궁금한 아이다. 운동을 한다고 식사량을 줄이고는 있지만 산해진미 앞과 마트에 즐비한 군것질이 불러오는 유혹은 참으로 가혹하다. 개학을 앞두고 몇 주 전부터 시작했건만 개학 날 작아져버린 교복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되어버렸다. 끙끙 대면서 짧아진 치마와 몇 분을 씨름하느라 진땀을 뺐다. 새 학년 첫 날 예쁘장하게 빗어내린 머리가 엉망이 되어 투덜투덜 대면서 빗질을 다시하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 아이를 보자니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엄마를 내려다 볼 정도로 커버린 아이라하더라도 자식은 자식인가보다.


막둥이는 개학 날, 자그마치 아홉명의 친구들과 등교를 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동생이 전교회장이란게 믿기지 않는다고 큰 녀석이 말하곤 하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전교회장님께서는 기선제압을 위해 개학 첫날, 가죽자켓을 입고 등교를 하셔서 뭇 친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불과 1년전만해도 아이같이 까르르 웃던 막둥이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요조숙녀도 아니고 스우파에서나 볼 법한 웬 센 언니가 옆에 계시니 때로는 볼 살이 통통했던 막둥이가 그립기도 하다.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시작했고, 난 집에서는 아이들과 등교 전쟁을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돈벼락 맞은 사장님 덕분에 본격적으로 몰려드는 일과 전쟁을 시작했고, 큰 녀석은 살과의 전쟁을 시작했으며, 막둥이의 전교회장 업무가 시작이 되었다.


시작은 처음에는 두렵다. 걱정투성이다. 뭘, 어찌 해야할 지 모를 때도 있고, 최선일까 최상일까 갈팡질팡 판단에 대한 확신을 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나 시작하지 않으면 그 끝은 알 수 없다. 내가 어김없이 달리고 있고, 5km를 달려도 평온한 심박수를 유지할 정도가 될 때까지 시작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림도 없었던 결과다.


무엇이든 걸음을 떼지 않는 자에겐 기회는 오지 않는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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