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ing Diary

16화 향수와 우산

by MAMA

2026-03-18

5km

36:00

07'12"

285kcal


며칠만에 운동인 지 모르겠다. 숨이 턱턱 막힌다. 안정적인 심박수가 되기까지 시간이 꽤 필요했다. 평소 주구장창 달릴 때보다 땀도 얼마나 많이 났는지 모른다.


이렇게 해서는 하프 마라톤 완주는 커녕 10km로 눈을 낮추어야 할 지경이다. 봄은 성큼성큼 오고 있건만 봄이 오기도 전에 정신차리면 여름일 것만 같다. 5시반 기상에도 피로한 몸은 움직임이 빠르지 못하다. 아직까지 새카만 새벽엔 게으름이 밀려오고, 눈을 꿈뻑거리며 성경을 읽으면 어느새 아이들 깨울 시간이다. 돌려 놓은 세탁기 빨래들을 건조기에 넣어 놓고는 청소기를 돌리고 아이들 아침 식사를 챙기고 회사에 오면 매일 밀려드는 업무에 만보를 걷는다. 그렇게 잠시도 앉아 있을 새도 없이 일하다가 집에 와 부랴부랴 또 저녁을 해 먹으면 퉁퉁 부은 다리는 스트레칭을 해도 소용이 없다. 도저히 몸 상태가 회복이 되지를 않는다. 말이 되지 않는 resililence!!


운동을 꼭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해서 그런지 새벽 5시부터 정신이 들었다. 헬스장은 6시부터. 깜깜하다. 자꾸 늘어지고 싶은 자아와 싸우다가 옷을 부리나케 입고는 나서니 비가 주룩주룩. 그냥 맞고 뛰어갈까 하는데 그간에 쌓인 미세먼지도 찜찜하니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집에 가서 우산을 갖고 나왔다.


우산을 갖고 헬스장 문 앞에 서서 한참을 또 지문인식기와 씨름을 했다. 이 놈의 지문인식은 요즘 어디를 가든 내 삶에 가장 큰 방해꾼이다. 어디를 들어가지 못한다. 회사도 지각 직전에 도착해서 마음을 졸이며 열댓번을 찍어야 열렸다. 급기야 사장님이 보안카드를 주셨다. 오늘도 말을 듣지 않는 매끈한 지문 덕에 보안경보가 울렸다. 안에서 남자분이 도움을 주러 나오셨다. 감사했다.


나흘만인가.

걷기 시작했다.

뛰기 시작했다.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 때, 바로 옆 러닝머신에 한 여자분이 뛰려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아뿔싸!


이 새벽에 웬 화장품 냄새가 이렇게 진한지 호흡이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옆에 저렇게 많은 러닝머신이 놀고 있는데 왜 하필 바로 옆에서 뛰지?'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려고 할 때 자리가 꽉 차 있어서 선택지가 없는 이상 웬만하면 땀 냄새 나는 사람 바로 옆으로 자리를 잡지 않지 않은가. 하물며 이렇게나 자리가 많은 새벽에 바로 옆이라니....

본인이 원래 뛰던 자리였나 싶었다. 가뜩이나 오랜만에 뛰어서 심박수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있을 때 훅 들어온 향기는 향기가 아니라 지독한 냄새였다. 호흡이 원활하지 못하니 땀이 더 나고 힘이 들기 시작했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오기가 생겨서 5km까지 이를 악 물고 뛰었다.


목표치를 완수하고, 서둘러 내려와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는데 비는 또 주룩주룩.


"아! 내 우산!"


문이 또 잠겼다.

지문이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아이들을 깨우고 출근준비를 해야하니 마음이 급했다.

버젓이 날 기다리고 있는 파란 우산을 헬스장 안에 두고 빗 속을 뛰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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