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WAKE UP 1 16화

WAKE UP

TROPHY

by MAMA

우뢰. 관중들은 환호했다. 손흥민이 드디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7년동안 그는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을까? 토트넘에서만 10년. 주장 완장을 차고 부상으로 벤치에서 결승 경기를 바라만 보고 있던 그는 후반 22분 투입되었다. 그의 투입으로 토트넘 훗스퍼는 안정감을 찾았으며 상대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긴장했다. 번번히 우승 앞에서 좌절했던 그는 침착하게 매 시즌 놀라운 기록갱신으로 우승에 다가갔다. 그리고 마침내, 17년동안의 결실에 포효했다. 그를 두고 무관이었던 커리어라고 한다. 그러나 무관이었던 것이 아니라 아직 왕관을 쓰지 않았던 것 뿐이다. 그의 커리어가 왕관이 있었다고 또는 없었다고해서 평가에 달라질 것은 없다. 그는 한국인으로 경이로운 전설을 쓰고 있는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선수다.


2006년, 4월. 미국은 낯선 땅이었다. 모든 게 내가 살던 곳의 것과는 달랐다. 당항했고, 무서웠다. SEA TAC Airport 에서 이민가방 하나를 싣고 벤을 탔다. Seattle Downtown으로 향하는 길 다른 행성에 떨어진 것 같았다. 아무도 없었다. 의지할 데가 없었다. 오로지 혼자였다. 38불. 아직도 택시비를 기억한다.


첫 날. 덩그란 방에 홀로 누웠다. 방에 마땅한 이불도 책상도 없었다. 어느 유학생의 아파트의 방 한 칸을 빌려 한 달만 머물기로 했던 터였고, 그 방은 곧 다른 임자를 만나 렌트를 주려고 비워놓은 상태였다. 밤새 홀로 어찌 살까 싶어 펑펑 울었다. 아침에 퉁퉁 부은 눈으로 방문을 빼꼼히 열어 보니 아무도 없었다. 간호 공부를 한다는 그 유학생은 일찍 학교를 갔고, 나는 집 밖을 한 발짝도 나갈 수 있는 용기가 나질 않았다. 두려웠다.


배가 고팠다. 한국 유학생이었지만 살갑지 않았고, 그런 아이에게 무얼 부탁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집 밖으로 나가 걸었다. 첫 날은 200m. 둘째 날은500m. 셋째 날은 1km. 집에 못 찾아 올까봐 걱정이 되었다. 영어로 무얼 물어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첫 날의 수확은 마트에서 산 컵라면. 둘째 날은 고기도 조금 사서 먹어보았다. 셋째 날은 용기를 내어 버스 정류장을 찾았고, 그 다음 날은 버스를 타고 학교를 찾아갔다. 전화를 개통했고, 은행계좌를 열었다.


내 미국 생활은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시작되었다. 일주일 되던 날이 아마도 부활절이었다. 교회를 가야하는데 막막했다. 마침 무식하게 두꺼운 전화번호부가 있었다. 한글로 적혀진 전화번호부였다. 방을 빌려준 유학생은 한국인이었지만 한국인 답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유학생들의 그런 습성을 이해했다. 김치도 없던 냉장고에 고기랑 스파게티 소스만 가득했던...그래도 그 아이가 내게 준 유일한 선물. 노란 전화번호부. 나는 무작정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교회를 찾았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안장로님의 목소리. 그리고 부활절에 나를 데리러 온 교회의 하얀 벤. 그렇게 내가 찾아간 Federal Way의 한인 교회에서 부활절을 맞았다. 빈궁한 마음에 십자가를 보니 미국 도착 후 7년 같던 일주일의 서러운 시간에 북받쳐 울음이 터졌다. 그 날 먹었던 부활절 만찬은 잊을 수 없다. 일주일만에 제대로 된 밥을 떴다. 두려움에 떨었던 나는 그 날 용기를 얻었다. 그 때부터였다. 마침내 살기 시작한 때. 믿음의 싹이 나기 시작한 때.


그 후, 나는 일자리를 찾았다. 이사를 했으며, 학교를 다녔고, 친구를 만났고, 낯선 곳을 여행했고, 혼자서 밥을 해먹었고, 해변을 뛰며 운동을 했고,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사랑을 했었고, 이별을 했었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아이를 키웠다. 한국으로 이사를 했고, 다시 살았고 또 살아냈다. 매일 시름하며 겨루면서 살지만 믿음의 싹이 나기 시작한 후로는 하나님께서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아니하시고 나를 향하여 얼굴을 드시고 길러 주셨다. 그리하여 주님을 향한 믿음의 경주는 단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 제자리 걸음도 있었고, 아장아장 발자욱도 있었고, 넘어질 때도 많았고, 성큼 성큼한 신이난 발자욱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상을 받기 위한 인내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세상의 상을 받기 위해서도 하나님의 상을 받기 위해서도


눈물로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로다 시편 126편 5절


기쁨의 단은 거저 오지 않는다.


요셉은 이복형들에게 미움을 받아 애굽 상인에게 팔렸다. 노예로 살았고, 보디잘 장군의 집에서 관리자로 살다 장군의 아내에게 유혹을 받아 감옥살이를 했고, 실컷 꿈 해석을 해주었으나 술 맡은 관원장은 그를 몇 년동안이나 잊고 살았다. 그러나 그 숱한 세상 말로 팔자 드센 인생은 애굽의 총리가 되는 역전승을 거두었다.


모세는 태어날때부터 수난이었다. 이집트에서 왕성해진 이스라엘을 두려워하여 태어나자마자 이스라엘의 남자 아이를 다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진 시대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이집트 공주에게 역청으로 바른 바구니에서 건짐 받은 아기는 엄마를 유모 삼아 왕자로 자랐으나, 동족이 고통받는 걸 보는 것이 괴로워 살인을 저질렀고 광야로 도망가서 40년을 살았다. 다 잊고 살았다 생각했겠지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할 영도자로 부르셨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목이 곧은 200만이 넘는 백성을 40년이나 이끌었다. 모세가 죽을 때 나이가 120. 눈도 흐리지 않고 기력도 쇠하지 않았다고 기록된 것을 보면 그에게 주께서 얼마나 놀라운 능력을 주셨는지 감히 짐작해 볼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야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모친 리브가의 허락 하에 거짓으로 형 애서대신 장자의 축복을 싹싹 긁어 다 받고는 도망길에 올랐다. 말이 외삼촌이지 거의 21년 종 부리듯 하였다. 죽어라 일했건만 사랑하는 라헬 대신 레아랑 결혼했고, 그 정도 일 했으면 재산을 어느 정도 떼어 줄 법도 했겠지만 라반은 그러지 않았다. 야곱은 악착같이 일했고, 튼실한 양이 새끼를 밸 때 버드나무 살구나무 신풍나무의 나뭇가지를 벗겨 그 앞에 세워 두어 실한 양을 구분하여 재산을 불렸다. 그런 야곱이 도저히 라반 밑에서 가족들을 건사할 수 없어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애서가 두려웠다. 돌배게 베고 잠든 곳에서 하나님과 겨루어 이겨 이스라엘이라 불리우게 되었다.


사도 바울은 예수그리스도를 부인하고 살았으면 평생 부유한 엘리트 유대인으로 살았을 사람이다. 그러나 그에게 예수그리스도께서 직접 찾아오셨다. 그는 고린도후서 11장 23절에 기록된 것 처럼 옥에 갇히기를 여러번, 매도 많이 맞았고, 죽을 고비도 숱하게 넘겼다. 사십에 하나 감한 매를 다섯번 맞았으며 세번 태장으로 맞고 한번 돌로 맞았다 했다. 태형이라함은 우리가 보는 얄상하게 생긴 조선 시대 양반님들 나오는 드라마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곤장이다. 엉덩이가 터져 죽는 게 아니라 사람이 극한의 고통에 쇼크사로 죽는 태형. 그걸 세번이나 맞고 살았는데 몸이 성한 곳이 있었겠는가. 배는 세번 파선했고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이 늘 죽이려고 암살시도를 했고, 바다의 위험에 거짓 형제들의 배신과 배반과 음모, 자지도 못했고 먹지도 못했고 춥고 헐벗었다. 왜? 그는 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고, 자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손흥민이 우승을 향해 질주한 프로데뷔 17년이라는 시간. 역대 토트넘 선수중 EPL 최다도움기록 토트넘 역사상 최다득점 5위 지금도 질주 중인 그의 기록. 한국 선수로 주장완장을 차고 유럽클럽대항전에서 정상을 거머쥔 최초 중의 최초. 그가 트로피를 향해 질주한 경주는 뒤돌아봄이 없었기에 가능했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잇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잇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에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


빌립보서 3장 13절-14절


우리 여느 사람들의 평범한 믿음의 경주가 손흥민의 여정에 비하여 덜 힘들다거나 덜 수고롭지 않음이 없을터. 앞에 있는 푯대를 향하여 달려가기 위해 상주시는 이를 바라보면 부끄러울 것도 없고, 못할 일도 없다.

세상에서도 그리스도인으로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하나님이 상주시는 이임을 믿고 믿음을 위해서 싸우는 작은 수고에도 치열하게 다투며 살아가자.


천국에서 받을 우리의 트로피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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