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대극에서 카메라 시조 / 청나래고사리

(71화) 청나래의 비상, 폭풍의 새를 떠올린다

by 로데우스

딱딱한 양치식물 이야기의 윤활유 카메라 시조

Fun Fern Story를 만드는 나만의 간절한 날개

인생 조각이여, 사라지지 말라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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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시조] 청나래고사리

북녘 땅 찬 바람에 푸른 날개 벅차올라

타조의 깃털 닮아 우아하게 춤추는데

식용의 귀한 쓰임새 정수마저 깊어라

귀한 몸 청나래여 제주는 낯선 타향
기록의 문턱에서 머뭇거린 안타까움
카메라 시조 타고 펀펀스토리 동승하네


청나래고사리는 주로 북부 지역에 서식하기에 제주의 야생에서는 만날 수 없는 귀한 존재이다. 제주의 한 화원에서 처음 마주했던 그 고사리는 늘씬하고 우아한 자태가 일품이었고, 식용과 약용으로도 유용하다니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학명인 Matteuccia struthiopteris는 그리스어로 타조(strouthíōn)와 고사리(pterís)의 합성어이다.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잎몸이 마치 타조의 깃털을 닮았다 하여 서양에선 '타조고사리(Ostrich Fern)'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청나래'라는 우리 이름이 더 정겹다. 걷지 못하는 타조와 달리, 푸른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새의 기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1미터 넘게 뻗어 올라간 그 튼튼하고 우아한 날갯짓을 보며, 이 이름을 붙여준 조상들의 안목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야생에서 보지 못했기에 양치식물 이야기에는 넣을 생각이 없었는데, 청나래고사리가 발탁된 뜻밖의 스토리가 이글의 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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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시조] 붉은대극

가랑잎 사이사이 고개 드는 공룡머리
고성땅 박제공룡 비웃듯이 올라오네
불현뜻 쥐라기공원 영화 속의 그 장면

통영서 거제 달려 마주한 저 붉은 순
억겁을 깨운 기세 고성까지 닿을 제
어느새 거제의 봄은 공룡 소리 가득하다

맞춤법이 안내하는 불현듯의 정코스
비웃듯이 난코스 불현뜻 올라가네
솟구쳐 사유의 세상 나만의 낙원이네


나는 야생화를 좋아하며, 그 생태를 촬영하는 것을 취미로 한다. 카메라는 사실을 그리기에, 시나 그림에서도 난해함보다는 명확한 실체가 느껴지는 것을 선호한다. 은퇴 후 제주살이에 양치식물을 찾았다. 통영에서 양치식물 이야기를 집필하며 늘 고민했던 지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어렵고 딱딱한 도감적 지식에 윤활유를 칠할 수 있을까?"


그 해답으로 찾은 것이 '시조'였다. 다만 나의 시조는 자유로운 상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카메라의 렌즈처럼 생태적 사실에 기초하여 도감적 설명과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카메라 시조'이다. 양치식물이라는 요리에 감칠맛을 더하는 결정적인 양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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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시조] 폭풍의 새

사흘의 강행군은 웹소설의 아야소리
민들레 위로받는 시니어의 서글픈 눈
카메라 시조 완성은 내일의 기록이라

버들참빗 그리움은 배루카를 비웃고
붉은대극 솟음은 청나래의 비상이라
리듬은 돌고 또 도는 자연의 콩나물



지심도, 통도사, 거제도로 이어진 3일간의 강행군 속에서도 카메라 시조에 매달였다. 늦은 밤과 이른 새벽, 문득문득 떠오르는 영감을 붙잡기 위해 마치 에디슨이 잠결의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으려 손에 쇠구슬을 들고 잤던 것처럼, 나는 단어들을 핸드폰에 치열하게 기록하고 이어 붙였다.


그렇게 영감의 파편들을 모으다 보니 결국 체력은 바닥났고, 번아웃이라는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다리가 쑤셔오는 통증 속에 읽은 웹소설의 한 구절 "야구선수의 피로는 곧 부상으로 이어진다"가 가슴에 크게 박혔다. 하지만 휴식을 청해도 생각의 꼬리는 길게 이어져 쉽게 잠들 수 없었다.


결국 나를 구원한 건 길가에 핀 서양민들레였다. 가만히 앉아 민들레를 바라보자 마치 식물이 나를 위로하는 듯했다. 이어서 턱걸이로 끙끙대고, 달리기로 헉헉대면서 땀을 쏟아내자 비로소 정신이 맑아지고, 안개가 걷히듯 '카메라 시조'의 개념이 선명한 초점으로 잡혔다.


카메라 시조는 허무맹랑한 환상이 아니다. 사실에 기초한 생태와 추억, 상식이 어우러진 도구이다. 마치 시조새가 진짜 새가 되어 폭풍 속을 날아오르듯, 테드 휴즈의 여우가 영감으로 다가오듯 말이다. 붉은대극에서 청나래고사리로 이어지는 이 감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야생이 지닌 순환의 리듬, 즉 '생태적 데자뷔'였다.


결국 카메라 시조는 내 삶의 조각들과 우리가 공유하는 상식의 단어들이 한데 어우러진 춤사위이다. 양치식물 이야기를 'Fun Fern Story'로 만들고자 하는 나만의 간절한 날개이기도 하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불었던 고사리 광풍처럼, 내 인생에도 '카메라 시조'라는 광풍이 불어 닥쳤다. 나는 이제 이 폭풍의 새에 올라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날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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