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카메라 시조야 펀펀스토리 이야기꾼 되거라
버들참빗, 이끼변호사, 청나래고사리로 전개된 카메라 시조 이야기가 고사리 열풍 역사로 종결되는 기승전결(69~72화)의 구조이며, 인생 70고개 이야기입니다.
제주는 습기가 많아 숲은 보물섬이 되고, 숯 굽던 시절 버려진 소주병 속에는 고사리들이 자란다. 워드상자를 닮은 고사리 소주병이 신기해 집에 가져와 베란다에 놓고 고사리가 자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베란다는 건조해 고사리가 시들해졌다. 할 수 없이 소주병을 지인의 농원을 보내 밖에 놓아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19세기 중엽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고사리 열풍이 불었다. 워드상자(Wardian case)는 요즘의 테라리움(terrarium)을 닮았는데, 장기간의 항해 동안 살아있는 식물을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었다. 그때 세계의 각지에서 고사리를 채취하여 워드상자에 담아 영국으로 보내졌던 것이다.
고사리 가격은 하늘 높이 올라가고, 고사리 애호가가 늘어나고, 고사리 문양이 도자기에 새겨지고, 고사리 책이 넘쳐났다. 고사리 수요에 세계의 희귀 고사리들이 줄어들었다. 고사리 품질이 떨어지자 고사리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광풍은 수그러들었다.
[카메라 시조] 고사리 열풍
애기 고사리야 그 속에서 뭐 하니
영국의 고사리 열풍책 읽고 있어요.
제주의 옛날 소주병 워드상자 되었네
부자가 가난한 청년을 찾아오니
욕심부린 높은 가격, 고사리 뭉개진다
어머낫 놀란 청년은 고사리 신세되었네
부자의 목소리는 내 고사리 최고라네
고사리 열풍 시대 에피소드 한 토막
욕심은 도둑을 낳고 사라져가는 열풍이여
집에 온 워드상자 고사리가 시름시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나만의 우편배달
소주병 고사리들아 무럭무럭 크거라
통영 미수동 우체국 직원이 규격 봉투를 내밀며 말한다.
"이 봉투를 쓰시죠."
"나는 내가 가져온 에어캡봉투로 보내고 싶어요."
"왜요?"
"여기에 꽃씨가 담겼어요."
폭신한 비닐 위에 볼펜으로 쓰기 불편하니 매직으로 쓰라는 권유에 따라 주소를 적었다. 보내는 이를 위에 쓰고, 받는 이를 아래에 써야 하는데, 그만 반대로 썼다. 잘못 쓴 글씨에 사선을 긋고 뒷면에 다시 써서 등기 영수증을 받았다. 봉투에 남은 지운 흔적은 아무것도 아니다. 마음이 좋아야 하듯 봉투 안의 꽃씨가 중요하니까.
서울에서 '한국의 양치식물 3판'이 뽁뽁이 에어캡봉투에 담겨 통영으로 우송됐다. 이 뽁뽁이 에어캡봉투에 꽃씨를 담아 제주로 보내며 생각한다. 이 꽃씨는 제주로 날아가서 강남에서 제비가 돌아오듯 제주의 추억이 피어난다. 제주 p님과 함께 백록고사리, 지느러미고사리, 소주병 워드상자를 함께 보았고, CU의 커피 밤마실로 이야기 꽃을 피우던 시간들 말이다.
서울, 통영, 제주를 잇는 워드상자는 인연의 이야기이면서 양치식물 이야기다. 또한, 이 이야기는 바로 70고개 내 삶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촉촉한 단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만든 카메라 시조이다.
[카메라 시조] 꽃씨를 보내는 마음
고사리 열풍은 욕망이 부른 희대 사건
꽃씨를 보내는 마음은 인연의 고마움
사랑은 마음 녹이는 따스함의 시라네
카메라 시조는 과욕이란 욕심을 버리고
양치식물 이야기 속 향기 나는 양념으로
맛나는 펀펀스토리 이야기꾼 되거라
이끼를 찾아 4박 5일(3/23~3/27) 제주여행을 했는데 아주 특별했다. 아내의 타박에도 호텔 숙박을 택했고, 카메라 시조의 눈을 떴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서귀포 외딴 게스트하우스에서 몸을 웅크렸다면 이번의 풍성한 인연의 커피 타임과 카메라 시조의 성찬은 결코 맛보지 못하였을 것이다.
6년의 제주살이로 익숙해진 땅에서 낯선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것처럼, 좁아지는 시니어의 인간관계는 그만큼 적은 사람을 깊게 알게 된다. 그 덕에 만든 야생의 1박2일 경험, 매일의 커피타임과 이어진 기회는 아주 특별한 제주의 시간이었다. 인연의 선순환은 또 다른 제주여행을 꿈꾸게 한다.
[카메라 시조] 제주여행
아내의 타박에도 호텔을 고집하니
지인과 커피 한 잔 인연의 꽃 피었네
쓸 때는 써야 한다는 자존심이 살았노라
CU의 커피타임 남자들의 빨래터
소주병 고사리 사진 없다고 말하니
이튿날 한라산에서 다른 소주병, 뚝딱!
제주여행 마지막날 오전 쉰다고 말하니
차량을 제공한다며 이끼 탐사 하란다.
그 덕에 다시마이끼 검은 머리 보았노라
07:48~14:17 쉼 없는 질주의 시간이
비행기 좌석에 앉으니 그제야 배가 고프다
승무원 건넨 주스 한 모금 먹고 떠올린다
등산로 입구부터 하산 시간 마중까지
공항버스 대기 시간 말동무도 해준 귀인
인생은 인연이 있어 재미가 난다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