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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데우스 Apr 24. 2024

철분 주사, 피를 많이 흘렸구나

시니어 살아남기 - 수술 후 관리


다리 수술 후 하루가 지났다. 척추마취는 모두 풀렸고, 병원생활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얼굴은 붕대, 왼쪽 팔과 왼쪽 다리는 반깁스를 했다.  다리를 사용할 수 없으니 침대에 벗어날 때는 휠체어를 타야 한다. 그런데 새끼손가락 수술로 왼팔에 반깁스를 하였기 때문에 양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굴릴 수 없다. 그래서 간병 중인 아내가 휠체어를 밀어야 한다. 손과 다리를 함께 수술받으니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없다.


아침저녁으로 피검사는 기본이다. 그런데 빈혈기가 있다고 철분주사를 맞아야 한단다. 순간 한라산 계곡의 바닥과 나뭇가지를 적셨던 핏물을 떠올렸다. 낙상사고 현장에서 그렇게 피를 많은 흘렸고, 다리 수술 과정에서도 더욱 많은 피를 흘렸을 것이다. 


나는 원래 저혈압 체질이다. 젊었을 때 헌혈을 하러 갔는데 검사 결과 헌혈할 수 없다는 판정도 받았다. 그래서 한 번도 헌혈을 해보지도 못했다. 오히려 급성 위십이지궤양으로 수혈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니 낙상사고와 수술로 피를 많이 흘리고도 철분주사로 그친 것은 감지덕지로 받아들였다.  옆 침대 환자는 다리와 어깨수술 후 수혈을 받았다고 한다.


철분주사액이 똑! 똑! 떨어져 몸으로 들어간다. 한라산 계곡에 흘렸던 피가 회수되는 것 같다. 손과 발이 묶인 병원 침대의 시간이 무심하게 가고 있다. 제주살이 중 이 무슨 낭패인가? 몸은 이런데 마음은 제주의 산과 들이 아른거린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나 제주의 자연을 만나볼까? 나이를 감안하면 몸이 성해도 아까운 시간인데 재활을 앞둔 시니어의 마음이 울적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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