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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데우스 Apr 29. 2024

여드레만의 면도날도 갈팡질팡

시니어 살아남기 - 면도

한라산 낙상사고, 응급실, 제주 탈출, 수술, 입원

고난과 역경의 시간이 만든 딴 사람

여드레만의 면도날도 갈팡질팡


35년 전 진부령에서 대관령까지 트레킹 하던 중 8일째 길을 잃고 삼봉약수로 떨어졌는데 저 몰골 같았지...



나이가 드니 머리카락, 수염, 손발톱이 더 빨리 자라는 것 같다. 머리에 숱이 많다 보니 이발하고 1달도 되지 않아 덥수룩하다. 이발을 할 때는 늘 숱을 많이 쳐달라고 부탁한다. 그래도 머리는 장발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길어도 흉이 안되고, 모자를 쓰면 감춰진다.


수염은 하루만 지나도 얼굴이 더부룩하다. 그래서 현역 때는 매일 면도를 했다. 젊은 시절 백두대간 진부령~ 대관령 구간을 등반하면서 8일간 수염을 깎지 않은 적이 있다. 그때 거울을 보니 꼭 산적 같았다. 낙상사고 후 역경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면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수술 후 침대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얼굴이 엉망이다.  8일간 자란 수염이 웹소설 "닥터 최태수"에서 보았던 흉부외과의 살아있는 전설 카프레네의 수염 같았다. 


침대에서 물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면도 크림을 발랐다.  왼손은 반깁스를 하여 거울을 들지 못하기 때문에 아내가 거울을 비쳐주어야 한다. 비쳐주는 거울이 움직이면 거울에 비쳐보는 얼굴이 흔들리곤 했다. 크게 자란 억센 수염이라 면도날도 잘 먹지 않아 살갗에서 "서걱! 서걱!" 소리가 난다.  마치 밀림에서 수색을 하는 듯한 소리이다.


수염을 어느 정도 깎은 후에는 왼손으로 문질러 꺼칠한 부분을 재차 깎아야 하는데 왼손을 사용할 수 없으니 그러지도 못한다. 한참을 낑낑대며 면도를 하였으나 거울에 비쳐봐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 이만한 게 어딘가! 또 병원에서는 마스크까지 쓰잖아!


웹소설 '닥터 최태수'에서 흉부외과의 살아있는 전설 카프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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