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살아남기 - 퇴원
낙상사고, 제주탈출, 수술, 입원
19일간의 파노라마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정형외과를 떠나 스스로의 재활시간이다.
대개의 경우 정형외과의 입원은 대부분 짧다. 골절 수술 후 1주일 내로 퇴원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내 병실의 2인은 2주를 넘는 중환자였다. 나보다 4일 전에 입원한 옆 사람은 나처럼 2군데를 크게 다쳤다. 퇴원하는데 단독주택의 층계를 올라가야 되기 때문에 2차 요양병원으로 갔다.
그러나 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덕분에 계단을 오를 필요가 없다. 또한 아내의 케어를 받을 수 있어 집으로 퇴원할 수 있었다. 애초에 제주에서 다친 후 수원으로 올 때도 엘리베이터와 침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자동차를 가지고 병원을 찾았다. 병실에서 최종적으로 주치의의 설명을 들었다. 16일간의 긴 입원생활을 마무리하고 휠체어를 타고 로비로 나왔다. 다리와 손가락 수술로 입원비가 6백 가까이 되었다.
아들의 차를 타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닿았다. 주차차량이 많아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렸다. 통깁스한 벋정다리로 한 개의 목발을 사용하여 깨금발을 뛰며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는데 식은땀에 절절 흐르며 정말 힘들었다. 간신히 집에 들어와 침대에 벌렁 누웠다. 한라산 계곡의 낙상사고부터 수원에서의 수술까지 19일간 역정의 파노라마가 주마등처럼 상영된다.
통깁스한 벋정다리로 1개 목발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침대, 화장실, 소파, 식탁을 겨우 이동할 뿐이다. 퇴원일 오후의 시간은 소파에 앉아서 TV를 시청했으나 너무 피곤하여 주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저녁을 간단히 먹고 곯아떨어졌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차려준 아침밥상은 제사음식이었다. 메와 탕국, 갱물, 삼색나물이 식탁에 놓여 있다. 엊저녁이 할머님 제사인데 섭섭해서 메를 짓고 탕국을 끓여 식탁에 차려놓았었다고 얘기한다. 나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병실의 케어로 지쳤을 텐데 할머니 제사일까지 챙긴 아내가 참으로 고맙다.
아내가 곁에 있고 엘리베이터와 침대가 있어 집으로 퇴원했는데 이런 호사를 경험하며 재활시간이 시작되었다. 멀고 먼 그 재활 시간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다만 하루하루 재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