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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Sep 04. 2024

두 손을 모으고 고요히 앉아


그대가 나로부터 떠나갈수록 내게로 가까워지는 건 있다
짙은 베일을 드리운 밤이면 모든 미련들이 내 머리 위로 떠나니다 마침내 쏟아져 내렸었다
당신과 내가 도착하여 각자의 길을 무심히 가던 정류장.
내가 타야 할 마지막 차는 가까워왔 먼 훗날의 기억이 지는 모르지만 찰나의 당신이라도 한번 더 눈에 담고 었다
떠나기 전까지 당신이 오가던 길을 바라다보다 마지막 말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끝인사 없는 이별이 한편으론 낫겠다 싶었다

후드득 낙엽비 내리는 을씨년 스런 계절이었다
당신과 내가 가는 길.. 조금은 더 바람 불고 조금은 더 흔들리고 조금은 더 확신하지 않아도 좋겠다
나약한 마음은, 꺼내 보일 수 없는 한 조각 진심은 고요한 푸른빛 저녁에 너무나 잘 어울렸으니까

그리워하자 애써 다시 그때로 돌아가자 마음껏 아파하고 우는 마음이 되자
그럼에도 써야 했고 이런 당신이 몇 줄 시가 되기에..
난 이것으로 살고 호흡했고 이 문장은 내 하루에 슬며시 배어들어 유유히 감돌고 있었
당신은 가야 할 길을 가야만 한다
난 앞으로 기약 없더라도 어여쁜 당신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할 테다

환한 봄날을 맞고 꽃가지에 여린 잎 맺고 당신의 웃음은 4월의 봄볕 아래서 만개하겠지
당신의 행복이 활기 속에서 존속하기를.
이별이란 당신의 어느 밤에도 없기를.
함께하지 못함이 나는 슬프지가 않다
호젓한 시절에도 당신 얼굴 문득 꽃피는 건 나 같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있었다는 것.
당신의 텅 빈 하룻날에도 이제 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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