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면 길은 젖어들고 우산 펴 들고 있는 이에게 미친 척 뛰어들고 싶었다 뉴스 지면에 나올 일이지만 물기에 섞여 사람 냄새 아직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내가 우산 하나 가진 날이면 우산 함께 쓰고 조금 걸어보는 건 어떠냐고 말하고 싶었다 이상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그럭저럭 견디는대도 추적추적 비 오는 이런 날이면 이렇게나 사람이 그리웁다 서로에게 눈길을 안 주는 게 미덕인 세상. 난 영 불편하고 못마땅하다
가끔 케이블 방송에 전원일기가 나올 때가 있는데 김혜자 할머니와 최불암 할아버지만 딴 세상을 살고 있었다 놀라운 건 전원일기 속 시골마을이 조금의 과장도 없다는 거였다 격세지감이다 빌딩과 아파트와 공장이 어쩜 이리도 빨리 많이도 생겨났을까 윤택한 세상이지만 옆집 건넛집 형님 아우 삼던 시절이 왜 아니 그립겠는가 풍요롭지만 건조한 세상과 불편하지만 인정이 있는 세상을 선택하라면 난 꽤나 고민했을 것 같다 그만큼 지금의 생에는 결여된 것이 많음을 느낀다
놀고 싶으면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친구들과 축구공을 찼고 함께 까먹는 도시락에 친구 어머니가 무슨 음식을 잘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선생님에게 벌을 받아가며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깨달았고 양보와 배려함으로써 새로운 친구를 얻을 수 있음을 배웠다 퇴근길 비가 아직 내린다 차창을 두드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다 괜스레 울적했다 몇몇 어려워진 사람들 내게도 있다 세상처럼 나도 너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