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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Sep 18. 2024

아주 작지만 들려오는 것 같았어


오랜 역사의 별들은 짙은 어둠 속에서 더 큰 빛을 낸다
다만 모든 게 불어와 스치는 날들이었고 나는 그 아래서 종종 바라는 마음이었다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하늘을 품은 푸른 바다. 언젠가 가닿자고 한 그곳.
포말을 뱉는 파도가 바다로부터 생겨나고 크게 일렁이며 우리에게로 밀려온다
그저 바라다보며 안고 싶었고 입 맞추었고 걷다가 말이 없었고 더욱더 함께하자고 했다

우리는 적도 위의 나란한 선, 둘이 아닌 한 개의 점
사랑하던 사랑하지 않던 묻지 않아도 오늘 서로를 원하는 건 변함이 없는 일.
욕망과 아끼는 마음이 섞여 하늘 위 금빛 태양만큼이나 작렬하는 청춘의 날이었다
당신을 안고 또 안고 동이 터오는 푸른 새벽을 함께 맞이하려 한다
아침이 되면 떠나야 할 이곳에서 조금의 아쉬움일랑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이 날이 다 하기까지 하나 둘 당신으로부터 생겨나는 추억을 되도록 많이 쌓아가고 싶었다
생각날 때마다 꺼내볼 생각으로 고이 접어 나만의 비밀스런 곳에 넣어두려 한다

돌아가는 길, 날은 또 화창하고 쪽빛 바다를 눈으로 거슬러 가다 아득한 해안선에 전율한다
내 옆의 이 사람과 지금과 같은 질량의 감정들로 꼭 다시 오겠노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사랑하는 일이란 헌신하고 배려하며 또 그 횟수만큼 상처 입어가는 먼 과정이겠지만 모든 걸 미뤄두고 선뜻 나와 함께해 준 당신이었다
외로움인지 사랑인지 욕심인지 원함인지 애써 묻지 않고 연거푸 내게로 안겨왔었다
당신의 여윈 옆얼굴.. 작고 하얀 손에 내 손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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