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언어였어 내 미약한 잉태에도, 탯줄을 끊고 세상 밖으로 나올 때도 난 널 찾고 있었나 봐 기다리지 못하고 널 찾아 나선 겨울밤 숲 속에서 손에 든 등불을 꺼뜨리고 말았고 덕분에 오랜 시간 헤매어야 했지 네 음성이 들려오고 넌 희미하고 아득해 보이지 않았어 다만 난 알 수 있었지 너의 존재를 가늠하고 있었어 불현듯 깨달아 널 굳이 찾지 않아도 된다는 걸 내가 어떠한 날을 살아도 넌 그곳에 존재하니까 넌 나처럼 세상이었으니까 가만히 져갔던 어제를 떠오르는 미지의 내일을 너 역시 담담히 살아내고 있었어
방랑자 아니 여행자 우리를 그렇게 불러야 할까 하지만 난 생을 자신해 먹고 마시는 것보다 가슴 한 켠의 온기 있는 감정과 그것을 옮겨 담는 언어를 더 아껴 때때로 알 수 없는 말들이지만 네가 가만히 귀 기울이기에 스산한 거리 위에서 난 노래해 오, 절망하지 마 생이 단호히 선을 긋는대도 도전적인 한걸음을 떼어보길 바라 실은 아무것 아냐 그럴듯하게 잔뜩 겁만 주고 있는 거지 마음껏 웃도록 해 하루는 인연들은 웃고 떠들 만큼 가히 유쾌한 것이니까 아주 자주 별뜻 없는 것뿐이니까 홀로 심각해질 필요 없어
반짝이던 순간들이 우리 앞을 유유히 지나고 있어 하지만 그리워할 때쯤이면 모든 건 원을 그리며 되돌아오기 마련이지 아무것 하지 않아도 돼 애써 무엇이 되지 않아도 돼 절대로. 입 맞추고 묻고 답하고 맞대어보고 우리 그냥 이대로면 돼 널 안는 게 내게는 남은 일. 허다한 날 셈할 수 없이 꿈꿔 왔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