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잊고 지내다 어쩌다 발견한 몇 마디 문장에 마음이 풀어질 때가 있다 그땐 분명 사소했지만 조그마한 추억은 감정을 다독이고 밑에서부터 채워져 기분 좋게 찰랑인다 자갈밭 인생길에도 별은 우리를 인도하고 있었고 틈새마다 반짝이는 건 있다 친구들이 그러했고 가족들이 그러했고 성긴 인연들이 그러했다 가끔 다투고 등을 지고 살아도 아무런 때 용서하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 미움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을 종종 내 탓으로 결론 내리곤 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런 편이 나았다 기억에 저장할 만큼 사랑하는 얼굴들이기에 어쩌면 그 마음들 변치 않고 도무지 모르는 건 나일 수 있기에 뒤돌아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시간은 필요했다 휴대폰을 쥐어들고 겸연쩍게 잘 사느냐고 먼저 안부를 건네곤 한다 보고 싶다는 말은 나도 어려운 말이어서 빙빙 에둘러 말이 많게 된다 그럼 상대는 재깍 알아먹는 것이었다 조만간 술 한잔 하자 라는 말에 마음을 쓸어내리고 금세 온기가 돌아서 푸근해졌었다 정말 말을 할 수 없을 때가 온다 아무런 말도 소용없을 때 더는 내가 전해지지 않을 때 그 슬픈 날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걸겪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나는 인연이 이어져있는 한 할 수 있는 만큼의 용서와 배려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르치기엔 분명 아직 많이도 사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