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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Oct 09. 2024

지금 비록 비어있지만


게로 던진 그 마음을 받아줘
어디서 끝을 맺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 함께 시작이라고 써보자
사랑이란 단어는 처음이란 말은 단어 중 가장 변질되지 않았어
지난밤 슬픔뿐이래도 그것을 아름답게 풀이한 음악이 이렇게나 많아
그리고 난 글을 쓸 수 있다는 데에 감사하고 있지

너와 어디든 갈 수 있어
때론 찬바람 불지 그렇지만 그날의 커피맛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원래 난 이런 사람이 아니야
넌 너일 뿐일 테지만 그게 날 변화시켰어
너라는 세상이 어둔 내 새벽의 끝 마침내 밝아 온 거야
믿어지지 않다가 무채색 커튼을 걷어내고 아침이면 널 기다리게 된 거지
기다림은 한량없는 시간의 연속이지만 외려 홀로 웃음 짓고 널 알고 해석할 수 있어 좋아

교각 위에 올라 다리 밑을 훑는 물결을 봐
흰 포말이 끊임이 없고 푸른 바닷물과 엉켜 뒤채이고 있어
아득한 장면이야
소리 없지만 분명 전해지고 있어
푸른 파다에 마음을 빼앗기고 저항할 수 없이 내 몸은 떨려왔어
이제야 조금은 알아채는 세상의 생기였고 참으로 무던한 지난 시간이었지

날아오르는 새 부단히 걷는 사람들 생명들의 소리 흙먼지가 묻어나는 숲길.
이제야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껴
네가 오지 않았다면 네가 늦는다면 내 삶은 어땠을까
기다리다 끝내는 기다리지도 않았을 거야
다시 한 움큼의 체념을 삼켜야 했을 거야
네게로 가고 마주 앉아 진심을 떼어 전하곤 해
그걸 잘 아는 네가 웃었어
계절들의 틈 반가운 가을 녘, 그윽히도 커피 향은 번지고 작은 잔을 든 네가 내게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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