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필 Oct 16. 2024

아직 들려오기에


슬픈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이 모든 눈물과 허무.

켜켜이 쌓여가고 그래서 때론 참을 수 없는 감정이었어

마른 공기가 떠도는 아침. 난 걷고 있어

호기롭게 나선 길이었지만 더 걸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줄곧 나를 괴롭혔

힘이 빠져가고 맹목적인 걸음은 길 어딘가에서 지치기 마련이지

쉬어가지만 도약하는 마음은 없었지

오, 체념해 가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으 좋겠어

그날의 환한 날에 비하면 지금의 난 아무것 아냐

너와 나의 지난 것들은 여전히 의미였기에 감당하기 벅찬 그리움이 되어 있어

모든 건 멀어지지만 사랑이었고 한때는 전부였었네

받아 적어 시집으로 엮어왔었지


지금 이게 다 무어지

슬프다는 말을 막아보지만 차고 넘치는 단어였어

사랑이란 그 끝을 늘 준비해야 하는 슬픈 일.

그날은 발밑까지 밀려왔고 전에 없이 차갑고 두려워 떨려오는 것이었지

난 홀로 걷고 있어

네게로 가고 안고 싶은데 그러할 수 없는 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닫는 중이야

하루가 겹쳐지다 보면 넌 그만큼 멀어지고 또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던 걸.

나는 미련하는 사람으로서 값싼 충고를 마땅히 받아도 될 사람이 돼있

사랑이란 늘 이렇게 잔인해

깨져버린 작은 잔을 들고 있는 것과 같지

사랑할 때 들고 나누던 그 잔

나만의 미련에 상처 입어도 그 잔을 잡고서 놓질 못하지


이전 26화 내게로 물어온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