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오는 길에 쉽게 외로움을 느낀다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 만원 버스에 몸을 맡기고 회사에 도착하면 미처 스스로를 점검할 시간 없이 일과들이쏟아진다 치열한 하루를 끝내고 오는 고단한 퇴근길이면 문득 여러 생각이 치민다 원론적인 단순한 질문은 가끔 치명적이다 잘하고 있는 걸까 과연 잘했던 걸까 집으로 가는 길에도 마치 꼬리표처럼 의구심은 따라붙는다 늘 겪어오지만 하루의 끄트머리에서 느끼는 무상함은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홀로 가로등 켜진 길을 걷다 보면 예의 그 빛만큼이나 머릿속이 아득하기만 했다 좀처럼 가벼웁지 않은 발걸음 이어지는 사념 마음에 다 담을 수 없던 많은 하루의 일들 함께 어울렸던 시간이었지만 상당 부분 혼자였다 소리 내 웃지만 확연히 텅 비어 가는 내 눈동자를 알아챈 사람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와 같지 않게 모두들 담대하고 의젓해 보인다고 잘도 그런 생각들을 했다 살아보니 이것은 꽤나 잘못된 생각임을 알게 되었다 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이제껏 잘못된 눈금자를 대가며 나와 타인을 비교하고 있던 걸지도..
오늘부터는 할 수 있는 만큼의 기도를 우리의 안녕을위해하련다 나에게도 다짐과 같은 말들을 남긴다 삶을 틀리지 않으려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다고 가끔은 그리 사려 깊지 않아도 된다고.. 몇몇에겐 못된 사람이라고 불려도 괜찮고 그럼에도 날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다고 거기에 용기를 내자고 나답지 않은 생각을 하다 또 피식 웃다 오랜만에 일찍 깊은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