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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 Aug 20. 2024

고요한 밤이면 간혹 이유랄 게 없었다


슬프단 말로도 부족한 감정일 때가 있다
출구가 있다면 너무 자주 도망치고 싶었다
이름 모를 광활한 사막을 걷는 기분, 올려다본 밤의 별들은 이날 쏟아져 내릴 것이다
푸른색 별의 파편이 몸 곳곳에 박히는 걸 상상했다
피가 대지를 적시고 내 몸은 금세 식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사력을 다해 매달렸던 비루한 작업물들 내 납색 공허는 마침내 그치겠지
알았고 확신했던 게 얼마 있지 않았고 내 알량한 믿음은 신념은 너무 쉽사리 흔들렸다
알 수 없는 하루
자신할 수 없는 순간의 연속
난 더 깊게 더 수렁 속으로 스스로를 떠밀었던 건지도

무엇을 위해
무엇이 되려고
누군가 지나가며 말했던 것처럼 조금은 되는 대로 살 순 없었나
그래 언젠가는 버겁다며 내려놓을 것이다
정말은 확연히 지쳐가니까
그때에는 적어도 시라는 거짓을 짓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 자고 다짐했던 말들
너라는 이름과 네가 서있던 밤들
네가 가졌던 차가운 언어와 그럼에도 따스했던 네 작은 몸
안고 또 안으면 행복해질 줄 알았지
네게 입 맞추곤 같아질 줄 알았지
비바람 치는 감정과 불현듯 치미는 단어들
널 미치게 사랑할 때면 음악을 크게 켜고 엉터리 시들을 쏟아내곤

하얀 달빛 비추이는 길을 하염없이 걸었지만 어딘가에 닿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지
넌 이 밤 어디에도 서있지 않을 테니까
터벅터벅.. 내 발자국 소리
생겨나자마자 금세 사라지는 이곳의 유일한 소란
고독했어 그러나 외롭진 않아
숨이 붙은 것들의 살아있음이란 본디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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