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지켜만 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몇 없었다 봄철 내내 손에서 그러쥐고 있다 결국 피워내지 못한 꽃.. 사랑은 아름답지 않다 이건 소리 없는 다툼이며 점철된 미움이며 미화된 소유욕이다 내 마음 안에서 파동 하는 그 일련의 감정들로 인해 내 계절은 연이어 소란스럽다
몇 년 만에 그녀를 만났다 차를 타고서 네가 문득 보고 싶다는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러 다녔다 애틋함이 집힐 듯 맺혔고 널 마냥 웃게 하고 싶었고 내가 좋아했던 네 웃음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 한적한 도로를 너와 함께 달렸고 나로선 분명 오래도록 기억될 하루였다 스산했던 겨울이 떠나간 곳엔봄이 만개하여 자리했고닿는 데마다푸르른싱그러움으로채워져있었다
그러나 새삼 환한 봄날에도단 한번 밝힐 수 없는 내초라한 진심이었다
웃음이 떠나간 자리에 반드시 정적은 찾아드는 법.. 재밌는 오빠 편한 아는 사람 이제와 달라질 건 없지만 결국 난 그 경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네가 나를 오랜만에 찾은 이유가 있었고 그렇게 봄날에 결혼한다 했다 이제는 널 좋아한다는 건 영영 혼자만의 비밀이 되었다 넌 내가 희망했던 4월의 눈부신 신부였고 네가 희망했던 짝은 나보다는 늠름하고 훤칠한 사내였다 식이 한창이던 중 쫓기듯 홀로 식장을 빠져나왔다 아는 사람.. 알았던 사람.. 훌쩍 시간이 지나 종래에는 아무런 의미 없을 나였다 내게는 터무니없이 긴 길이 놓여있고 이제 고작 하룻날일 뿐이었다 너를 지워낸날들은 어떤색감이며 어느정도의 무게일까 생겨나는 질문들을 애써 도로 집어넣었다 다만 네가 너무 자주 기억이지 않길 바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