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필 Aug 14. 2024

가끔은 슬픈 얼굴일 수밖에


멀리서 지켜만 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몇 없었다
봄철 내내 손에서 그러쥐고 있다 결국 피워내지 못한 꽃..
사랑은 아름답지 않다
이건 소리 없는 다툼이며 점철된 미움이며 미화된 소유욕이다
내 마음 안에서 파동 하는 그 일련의 감정들로 인해 내 계절은 연이어 소란스럽다

몇 년 만에 그녀를 만났다
차를 타고서 네가 문득 보고 싶다는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러 다녔다
애틋함이 집힐 듯 맺혔고 널 마냥 웃게 하고 싶었고 내가 좋아했던 네 웃음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
한적한 도로를 너와 함께 달렸고 나로선 분명 오래도록 기억될 하루였다
스산했던 겨울이 떠나간 곳엔 봄이 만개하여 자리했고 닿는 데마다 푸르른 싱그러움으로 채워져 있었

그러나 새삼 환한 봄날에도 단 한번 밝힐 수 없는 내 초라한 진심이었

웃음이 떠나간 자리에 반드시 정적은 찾아드는 법..
재밌는 오빠 편한 아는 사람
이제와 달라질 건 없지만 결국 난 그 경계를 벗어나지 못했

네가 나를 오랜만에 찾은 이유가 있었고 그렇게 봄날에 결혼한다 했다
이제는 널 좋아한다는 건 영영 혼자만의 비밀이 되었다
넌 내가 희망했던 4월의 눈부신 신부였고 네가 희망했던 짝은 나보다는 늠름하고 훤칠 사내였다
식이 한창이던 중 쫓기듯 홀로 식장을 빠져나왔다
아는 사람.. 알았던 사람.. 훌쩍 시간이 지나 종래에는 아무런 의미 없을 나였다
내게는 터무니없이 긴 길이 놓여있고 이제 고작 하룻날일 뿐이었다
너를 지워낸 날들은 어떤 색감이며 어느 정도의 무게일까
생겨나는 질문들을 애써 도로 집어넣었다
다만 네가 너무 자주 기억이지 않길 바랐었다


이전 08화 어제의 달이 다시 뜨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