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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사세 Oct 18. 2024

의미 있게 소설을 읽는 법

프롤로그:사람을 안다는 것

왜 소설을 읽으시나요?


(재미로, 권수세기로 소설을 읽으신다면 이 글을 안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지금보다 더 의미 있고 깊이 있게 시간을 들여서 소설을 읽고 사유하는 힘을 기르고 싶으신 분을 위한 글입니다.)


소설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스토리를 소비하는 행위입니다.

스토리는 인류에게 문자가 없을 때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존재했습니다. 그리스 신화같이 모든 신화가 그러했고 흥부와 놀부 같은 설화도 구전되어 오다가 문자가 생긴 후에 기록되어 지금까지 우리에게 소비되면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과학의 발달로 AI가 인류를 위협하는 지금도 스토리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습니다.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것에는 모두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스토리를 소비하는 이유가 단순한 재미일까요? 그것을 넘어선 무엇이 있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스토리가 필요한 이유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의 저자 리사 크론에 따르면 이야기란 본래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정보를 여럿이 공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자가 없을 때도 존재했던 것이죠.


그리고 우리는 세상의 이치를 가르쳐주는 이야기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합니다.

무엇이 좋은 이야기인지 이미 알고 태어났고, 그 이야기로 사고한다고 해요.

이야기를 통해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생각했다는 거죠.

즉, 생존을 위해 우리에게 이야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우리가 무엇에 매달려야 할지를 알려준다.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게 함으로써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해 준다. 좋은 이야기가 유발하는 기분 좋은 중독은 우리를 옷장 속 쾌락주의자로 만들지 않는다. 다만 각각의 이야기가 주는 무수한 가르침들을 기꺼이 배울 준비가 된 학생으로 만들어줄 뿐이다 - 책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중



그럼 우리는 어떻게 소설을 읽어야 할까요?


얼마 전 대부분의 국민을 가슴 벅차게 한 소식이 전해졌죠.

바로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입니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를 보면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고 합니다.


또 작가님은 소설 쓰기는 인간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작가들이 한 인물을 알아가기 위해 고통스럽고 치열하게 글을 써 내려가고 있고 그렇게 쓰인 좋은 소설들이 우리 곁에 존재합니다.


스토리가 인간의 생존을 위해 존재했다면 사람을 아는 것이야말로 우리 생존에 정말 필요해서가 아닐까요?



삶이 힘든 건 대부분 관계, 즉 "사람"


지구상의 나약한 존재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무리생활을 합니다. 인간 역시 나약한 존재죠. 우리는 혼자 살 수 없습니다. 함께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힘들기도 하죠. 그 힘듦의 대부분은 관계에서 나오고 그것은 사람을 대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혼자 살 수 있었다면 과학의 발달로 수많은 문명을 쌓아서 안전이 확보되고, 인터넷의 발달로 언제든지 물건을 앉아서 살 수 있는 현대에 우리의 생존은 더 쉬워졌어야 합니다. 그런데 갈수록 단절과 혐오가 부르는 우울증, 자살, 폭력은 늘어만 갑니다.


그런 사회적인 문제를 떠나서라도 가정에서 회사에서 모임에서 매일 부딪히는 관계가 우리를 괴롭힙니다. 결국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사람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잘 맞는 관계, 잘 안 맞는 관계가 있을 뿐이죠.


우리가 서로를 너무 잘 몰라서 생기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럼 해결방법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더 잘 알아야 하는 것이라는 결론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는 MBTI로 단순화시키고 타인에 대해서는 외형이나 내 눈에 거슬리는 행동 한두 가지로 너무 쉽게 판단을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마음도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존재입니다. 그러면 즉각적인 판단보다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을 안다는 것


어쩌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너무 빠른 판단일지 모릅니다. 한번 좋은 사람, 이상한 사람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면 더 이상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학습하고 경험해서 계속 진화하는 존재입니다. MBTI에도 가둬지지 않고, 쉽게 범주화되지 않습니다. 매우 복잡하고 입체적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폭력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빌런까지 다 품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게 관계라면 회피하지 말고 사람을 더 잘 아는 것이야말로 편안한 삶에 한발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즉 나 자신을 위해서죠.


수많은 뛰어난 작가나 사상가도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전혀 알지 못해요.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또 그들이 하는 경험을 함께하는 것.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랍니다 - 책 <사람을 안다는 것> 중



바라보기


복잡한 마음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을 빠른 시간 안에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현실에서는 더 쉽지 않은 일이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람을 지켜본다는 것이 의지대로 금방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소설 속에는 인간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연구한 작가님들이 써 내려간 내면이 보입니다. 소설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서 한 인물을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쉽게 판단하는 우리를 조금 느긋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주었으면 -<모순>의 작가노트 중 양귀자 작가님의 말




마치며


저에게도 풀어야 할 인생의 실타래들이 있고 나이 들수록 더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흑백, 좌우, 좋고 나쁨으로 빠르게 판단하기보다 중립지대에서 시간을 갖는 것이 제 자신에게도 평안을 가져다주고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소설 속 인물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뵐 것입니다. 물론 스포가 존재합니다. 여러분과 사람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통해 우리 모두가 좀 더 평안한 삶에 이르길 기대합니다.




-저의 기존 <생존적 소설 읽기> 매거진을 좀 더 정교하게 기획하고 수정해서 <의미 있게 소설 읽는 법> 브런치북 연재로 다시 시작합니다. 우리 멋지게~함께 책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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