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학교폭력은 신청하는 게 아니라 '신고'하는 거다. 학교 폭력이 일어났음을 인지하고, 신고해야 하는 것이다. 저 신청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상당수의 학부모들이 학폭 신고를 하나의 수단이나 권리, 선택지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이만큼 화났어.', '당신들 조심해.' 정도의 신호를 보내고 싶어 한다. 학폭 신고한다고 하면, 상대방이 겁을 먹거나 사과하고, 학교가 중재하는 상황을 그린다.보상을 원하기도 한다. 그 보상이 어떤 것일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현실은? 그런 거 1도 없다. 학교 폭력을 신고하면, 학교는 주저 없이 교육지원청에 보고, 접수한다. 왜냐하면 중재를 시도하다 괜히 은폐한다고 덤터기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왜 학교가 학폭 신고를 주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학폭 사안이 학교 위상을 떨어트릴 수 있는 사립학교라면 혹시 모를까, 모든 건 절차대로 매뉴얼 대로 하는 거다. 신고 후 48시간 이내 보고 원칙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접수가 들어가고, 더 중요한 건 철회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학교 폭력이 있다고 신고를 해놓고 취소할게요 하는 게 말이 안 된다. 어떻게 있었던 폭력 행위가 없어질 수 있겠는가.
경찰서에 형사 고소, 고발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 고소, 고발인 조사를 먼저 하고, 참고인 조사도 하고, 피고소, 고발인 조사도 한다. 학폭도 마찬가지이다. 올해부터 학폭 조사관 제도가 실시되어 파견을 나온 조사관이 피해 관련자와 가해 관련자를 면담, 조사한다. 이때 아이가 초등 저학년이라면 보호자도 배석을 하게 된다.
신고하면 나는 편하고 상대방만 힘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학생 확인서, 보호자 확인서 냈더니, 조사를 받으란다. 반가 쓰고 조사 자리에 출석해서 같이 조사를 받는다. 끝난 줄 알았는데 상대방도 학폭 신고를 했단다. 일방적인 폭행이나 언행이 얼마나 있겠는가. 상대방도 즉시 분리 신청을 해서 별수 없이 애를 며칠간 데리고 있어야 하게 생겼다. 물론 등교를 시켜도 되지만, 우리 아이만 별도의 공간에 있어야 한다니, 그럴 수는 없다. 끝인가?
심의위원회에서 출석을 하라고 등기를 보내왔다. 또 반가를 쓰려니 눈치가 보인다. 심의위원회에 출석을 하고 결과를 기다린다. 몇 주간의 일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지나간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심의 결과. 양쪽에 서면 사과가 나왔다. 서면 사과라니... 그것도 양쪽에 나왔다.
학폭 절차를 진행하는 건 피해, 가해와 상관없이 괴로운 일이다.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럼에도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하니까.
그런데 신고를 해놓고 취소하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온다. 신고 내용에 대해 상대 부모에게 안내하게 되어 있는데, 취소할 테니 그걸 하지 말아 달란다. 불가(不可). 신고는 화나서 했는데, 아이는 원하지 않고, 아이의 인간관계는 어그러지게 생겼고, 그렇게 된 것이다. 이런 연락을 받은 상대 부모는 열불이 날 테니까. 전쟁은 시작된다.
이제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오인신고로 처리하거나, 학교장 자체 해결을 요청하거나. 오인 신고란 말 그대로 학폭이 아닌데, 학폭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왠지 모양 빠지고 하니 오인 신고 처리는 잘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육지원청으로 넘어가지 않고 종결하는 학교장 자체 종결 동의서를 쓴다. 자체 종결 건수는 상당히 많다. 그만큼 신고하지 않아도 됐을 학폭 신고가 많았다고도 볼 수 있다.
학교 폭력 신고는 진짜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고 말한다고 하는 게 아니다. 얼마나 애가 힘들면 학교 가기가 싫다고 하겠어요. 웃기는 소리다.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은 출근하는 게 너무 행복한가? 출근하기 싫은 적은 없나?' 아이들은 아침에 배가 아파도, 받아쓰기 시험이 있어도, 날씨가 춥고 힘들어도 학교 가기 싫다고 한다.명심하라. 아이들은 언제든 학교가기 싫을 수 있다.
학교 폭력은 근절되어야 한다. 학교 폭력을 신고해야 한다. 이 단순한 명제가 그렇게 어려운 건가? 학교 폭력 신고는 오늘도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