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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예순 번째 시

by 깊고넓은샘


A씨



평행세계의 A씨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냥 지나가는, 행인 3과 4 사이


그는 골목 끝 구석집에 산다

담한 정원 대추나무 아래

캠핑 의자를 펼쳐 놓고 널브러져 있다


그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동네 사람들은 모른다, 누구도

분명 매일 출근하지 않는데, 바쁘고

그래도 돈은 있는지 빈궁하지 않다


그는 친구가 없지 않았지만

아무도 집에 들이지 않았고,

늘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웃는 그는

마을을 지키는 장승이다


어느 날 그가 마을 공터에

뚝딱뚝딱 평상을 만든다

세련되진 않아도 튼튼한

그를 닮은 평상이다


저녁놀이 질 때면, 언제나처럼

평상의 그 자리에, 그가 있다


조금 떨어져 조용히 앉으면

슬리퍼를 까딱거리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그를 볼 수 있다


그는 말없이 인사한다

나도 찡긋 인사한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편한 사람, 평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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