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학의 오늘』 2024 여름호
예술 영화를 보는 것은 나의 유일한 취미, 가을 하늘처럼 맑게 해석되는 날에도 나는 밤을 더듬다가 자주 깼다 이유 없는 밤의 눈물은 이렇게 무거운 거구나
정수리가 뜨거운 낮에는 창가에서 휘파람을 불었다
판타지 같기도 했던 주인공의 방
그럴 때면 내 방의 천장도 기울어갔다 모서리에서 몇 장씩 겹쳐오는 장면들, 뒷면에 깃든 생각을 밀어내다 접힌 마음처럼
사납게 돌아서는 극적인 감정
믿을 수 없는 것을 볼 때마다 믿고 싶은 것이 많은 나는 신앙을 붙들었다 마음대로 생각한 믿음은 그동안 얼마나 따뜻했나, 스크린에 펼쳐진 시간은 그저 풍경이라는 걸 안다
밖이 환할수록 이해하기 힘든 밤의 감정은 달아나려 하고
갈 수 없는 국경마다 바람을 타고 가는 사람들, 지도를 펼쳐 운명을 점칠 때마다 지나간 감정은 주인이 없다
무너진 그늘은 어디서든 깨어나고
불타는 숲으로 들어가면 더 큰 숲이 누워있다
같은 자리에서 밤낮이 바뀌는 것처럼 바깥이 안쪽을 보고 있다 이제 대낮에도 나는 자꾸만 잠이 온다 그것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