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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만 Oct 01. 2024

손의 서술

웹진 『공시사』 24. 05월 여름호

 손의 서술


  최형만



  초록색 각반으로 바짓단을 여민 손이 이 빠진 안전화 지퍼를 살핀다 아침 햇발 속에서 더 반짝이는 쇳가루, 이럴 땐 아마존에 있다는 엘도라도가 떠오른다


  우둘투둘한 쇳덩이를 품을 때마다 볕을 튀기듯 쏟아내는 금빛 흘림체, 그라인더의 굉음이 손을 지날 때마다 은빛 여우의 털에서 날법한 쇠 비린내가 났다


  날아든 쇠먼지에 고개 돌려도 능숙하게 칼질하는 바람의 화술은 손의 일생을 아는 걸까 바람은 밤이 깊어서야 베인 손금을 털어냈다


  자면서도 별빛을 튀기는지 주먹을 쥐고 새벽이면 별똥별을 더듬던 손, 손에도 관성이란 게 있다면 나의 태생은 허공을 움켜쥔 모습일 게다


  달궈진 손이 남은 손을 부축하는 동안

  한 뼘씩 줄어드는 공중의 계절


  발품을 다 팔 때까지 손품은 그치지 않고 손이 손을 깎은 날에는 그늘을 삼킨 다른 빈손이 왔다 이제는 손이 다 떠나간 자리, 바람이 불 때마다 오래된 탄내가 났다


  그럴 때면 빈손에서도 쇳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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