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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만 Oct 01. 2024

눈썹 빠지는 남자

2024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작

눈썹 빠지는 남자


최형만



오후의 구름이 해름에 든다

오래된 척추에 저녁이 드는 것처럼


그는 눈썹 하나가 빠질 때마다

빈 그림자도 커진다고 했다


그때마다 잘라 먹은 얼굴 뒤로

그늘이 지는 기분이라고


애정선을 그려간 손금도

달아오른 실금을 틔우려다 지워진 거라 했다

밑줄 친 흔적을 세어보면

그는 몇 개의 빗금을 가졌을까


늪처럼 번져가는 노을로

물수리의 유려한 턴이 보일 때마다

꼭 한번은 낚아채고 싶었다던 저문 강의 물빛들


동이 틀 때면 간밤의 어둠도 아찔해질 텐데

그물도 없이 걸어간 사내가 있다


바닥에 눈썹이 쌓이는 동안

아무렇게 걸린 저 그로테스크한 어스름

굽은 등의 사내가 새벽을 붙들고 있다


그때쯤이면 밤새 세워둔 바람 인형도

절반쯤 허리를 꺾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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