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작
오후의 구름이 해름에 든다
오래된 척추에 저녁이 드는 것처럼
그는 눈썹 하나가 빠질 때마다
빈 그림자도 커진다고 했다
그때마다 잘라 먹은 얼굴 뒤로
그늘이 지는 기분이라고
애정선을 그려간 손금도
달아오른 실금을 틔우려다 지워진 거라 했다
밑줄 친 흔적을 세어보면
그는 몇 개의 빗금을 가졌을까
늪처럼 번져가는 노을로
물수리의 유려한 턴이 보일 때마다
꼭 한번은 낚아채고 싶었다던 저문 강의 물빛들
동이 틀 때면 간밤의 어둠도 아찔해질 텐데
그물도 없이 걸어간 사내가 있다
바닥에 눈썹이 쌓이는 동안
아무렇게 걸린 저 그로테스크한 어스름
굽은 등의 사내가 새벽을 붙들고 있다
그때쯤이면 밤새 세워둔 바람 인형도
절반쯤 허리를 꺾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