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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만 Oct 01. 2024

바다가 가까운 동네의 크리스마스

2024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작

바다가 가까운 동네의 크리스마스


최형만



쉴 새 없이 물내가 나는 마을에는

골목마다 짠맛이 배였다

징글벨이 울리는 한낮의 풍경

새로 페인트칠한 담벼락이 하얗다

토막 난 섬마다 바닷길이 열린다는 바닷말에

빈집 늘이듯 신명이 난 물결들

바다와 가까운 동네라는 걸, 나는

사거리 우체국에 도착할 무렵 알았다

귓바퀴를 두드리는 이명처럼

며칠 동안 파도 소리를 듣는 날에는

입에서도 모래톱이 자랐다

속으로 몇 번을 뒤집어보는 혀

캐럴을 모르는 아이들은

거룩한 뭇별의 이름을 모르고

오늘도 담벼락에서 볕만 쪼이다 갔다

테트라포드가 파도를 막아설 때면

물꽃도 눈꽃처럼 핀다는 바다

버스 꽁무니에 우표를 백 장쯤 붙이면

크리스마스엔 나도 하늘 끝까지 갈 수 있을까요

한철 피서객이 버리고 간 해변의 리듬이 

터진 양말짝에서 줄줄 새는

바다가 가까운 동네의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매단 집어등 아래로

초록의 그물이 트리처럼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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