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불의 나비 21화

제4막 너와의 새로운 인연(3)

불의 나비 21화

by 매화연

“그러니까, 그냥 말해본 거라고. 팔 개월이면 얼마나 귀엽겠어.”


보자, 회사랑 가장 가까운 곳이…… 권온유가 있는 집이군.


“귀엽겠지. 어마어마하게 사랑스럽겠지. 근데 그게 일하러 가고 싶다는 말은 아니었다고!”


지금이 오후 세 시니까 다들 잘만 협조해 준다면 다섯 시에는 다시 본부로 복귀할 수 있겠지. 복귀하자마자 훈련 계획서 확인해야겠네.


“대체 왜 난데? 애들 돌보는 건 이준 오빠가 더 잘하잖아. 계속 나만 데리고 갈 거냐?”


물론 어디까지나 수월한 협조에 순차적인 업무 진행이라는 전제하에 이야기지만.


“야, 듣고 있어?”


“어. 유감이네.”


“저 자식이 진짜.”


멈출 생각이 없는 누나의 꿍얼거림을 한 귀로 흘려보내며 걸음을 옮기다 보니 한 아파트에 도착하였다.

“몇 동, 몇 혼데.”


“백일 동, 칠백 이 호.”


“백일 동……, 저기네.”


누나와 함께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칠백 이 호라 각인되어 있는 문 앞에 서서 무작정 초인종을 누르려다 멈칫했다.


잠시만, 아기가 있는 집이니 초인종을 누르면 안 되지 않나……?


“초인종 안 돼.”


“응.”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신속히 누나의 말에 나는 곧바로 현관문을 똑똑, 가볍게 두드렸다.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삐리릭 문이 활짝 열렸다.


“어서 오세요!”


동그란 눈으로 어리둥절하게 앞을 바라보는 남자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한 여성이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어머나~ 안녕?”


방금 전까지 자기 데려왔다고 투덜거리던 모습은 언제 갖다 버렸는지 누나의 얼굴에 웃음이 피었다.


“온유, 누나한테 안녕하세요, 해야지?”


“우댜댜댜?”


“아구구~”


누나는 자세를 낮추고 권온유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권온유가 배시시 웃으며 누나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귀여워……!”


“한 번 안아보실래요?”


“앗, 그래도 되나요?”


“그럼요. 애가 워낙 사람을 좋아해서요.”


권온유를 안아 든 누나가 옹알이로 무언갈 열심히 말하는 아기를 보며 살포시 웃어 보였다.


“온유 협회 인솔하시러 오신 거죠? 연락 보내신 거 확인했어요.”


누나를 보던 권온유의 어머니, 조연미 씨가 나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네. 권온유 군 협회 등록을 돕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 이 대표님 아드님과 따님……이시죠? 특수 속성 경호 본부 대원분들이고요.”


“아, 소개가 늦었군요. 특수 속성 경호 본부 이도헌, 이선아입니다.”


조연미 씨의 오른쪽 손목에 착용된 팔찌의 보석이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머니의 속성과 같은 속성을 보유하고 있는 권온유의 초록색으로 빛나라 될 눈은 여전히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더 미룰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혹시 팔찌가 아이에게 많이 불편하진 않을까요?”


속성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한 달 안에 제 속성의 대표색으로 눈이 빛나며 온전한 속성이 심장에 서서히 새겨지기 시작한다.


“열세 살까지의 속성 보유자가 착용하는 속성 제어 팔찌는 저희와 다릅니다. 아이들이 일상생활을 하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최 소장님이 따로 팔찌를 만드셨어요. 협회 가시면 박 협회장님께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겁니다.”


열네 살이 되면 속성이 완전히 심장에 선명히 새겨진다. 그때부터는 속성의 이해도와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면 어른들과도 동일 선상에도 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게 된다.


그전까지는 속성의 힘이 미약하기에 우리와 같은 팔찌를 착용할 필요가 딱히 없다. 어린아이들에게 불편하기만 할 뿐이지.


그렇기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열세 살까지의 아이들은 스티커와 다름없는 매우 얇은 팔찌를 손목에 붙이다시피 착용을 한다. 팔 개월이 되기 전까지는 팔찌를 착용하지 않고도 일시적으로 속성을 제어하여 눈은 평범한 흑색으로, 속성을 절대 사용할 수 없게끔 억제시키는 김 선생님이 만드신 특수한 약을 먹어 협회 등록과 팔찌 착용을 잠시 미룰 수 있다.


약효의 지속기간은 열 달. 약효가 아직 지속 중인 두 달 동안은 아이가 팔찌에 적응하는 기간으로 두었다.


“준비 마치시는 대로 협회로 가시면 됩니다. 박 협회장님 집무실로 가시면 돼요. 되도록 이십 분 이내로 협회장 집무실에 도착하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누나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어째서인지 충격받은 표정으로 누나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온유야, 누나 이제 가야 된대.”


순간 스치는 아쉬움은 권온유의 얼굴에 담긴 것이 아니라 선아 누나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기었다.


“나 가야 돼?”


허?


어이가 없을 정도로 누나의 눈꼬리가 급격히 내려갔다.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한 채 누나가 권온유를 다시금 조연미 씨의 품으로 보내주었다. 누가 보면 누나가 엄마인 줄 알겠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온유 잘 있어.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누나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발걸음을 떼지 않은 선아 누나를 끌고 가다시피 다음 장소로 향하였다.



“누나 나이면 그 애한테 누나가 아니라 이모 아니야?”


“하하, 이 자식이 진짜 죽으려고.”


권온유가 사는 아파트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진 또 다른 제법 익숙한 아파트에 도착하였다.


“애들 이제 괜찮아진 건가?”


“박 협회장님이 명단에 넣으신 거 보면 괜찮아졌겠지.”


이곳에 오는 것도 벌써 사 년째군. 말이 사 년째지 열 번은 족히 넘게 온 것 같은데.


“자, 긴장하지 말고 특경부 대원님들 만나면 인사 잘해야 돼. 알았지?”


“언니가 제일 긴장한 거 같은데~”


“내, 내가? 아니? 언니 하나도 긴장 안 했는……, 야 김채아! 너 또 어디 가! 빨리 안 와?!”


“이히히~!”


문 너머로 시끌벅적한 목소리들이 여럿 들렸다.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활기가 도는 집안의 풍경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띵동 -, 짤막한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지자 집 안에서 쿠당당당 야단법석한 소음이 연이었다.


“진정, 진정하고. 침착하게…… 김서아, 넌 또 어디 가! 빨리 와!”


한바탕 또다시 소란을 일으킨 뒤 깊은 한숨과 함께 덜컥, 문이 열리며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오세……, 으악 깜짝이야!”


깜짝 놀라는 그녀의 목소리에 덩달아 나와 누나까지 놀랐다. 교복을 반듯이 입고 있는 그녀 뒤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여자아이가 서서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뭘 그리 놀라십니까.”


“아, 아니…… 왜 이도헌 님이 오세요?”


……뭐?


“안 바빠요?”


“바쁩니다.”


“근데……?”


“……예?”


무슨 이유에서인지 많이 당황한 듯 바로바로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그녀가 어버버 거리고 있을 무렵 뒤에 있던 자그마한 두 여자아이가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와!”


“잘생긴 오빠랑 예쁜 언니다!”


그러고는 와다다다 달려와선 선아 누나의 다리를 꽉 끌어안았다. 누나는 자세를 낮추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아, 채아! 잘 있었어?”


“응!”


“언니 보고 싶었어!”


해맑게 미소 지으며 대답하는 김채아 학생과 김서아 학생을 보던 그녀의 첫째 언니, 김한아 학생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꺼냈다.


“김채아, 김서아! 특경부 언니한테 존댓말 써야지!”


“아이, 괜찮아요. 우리가 한두 번 보는 사이도 아니고. 한아 학생도 잘 지냈죠?”


그러자 김한아 학생이 곧장 표정을 풀었다.


“아, 네. 저는 뭐…….”


“언니, 언니! 있잖아, 나 이제 다 나았다?”


“우리 이제 하나도 안 아파! 이제 약도 안 먹어도 된다!”


“다행이네~ 어디 아픈 곳은 없지?”


“으응! 그리고 있지 언니, 큰 언니가!”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조잘거리는 김채아 학생의 눈을 맞추며 선아 누나가 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며 김한아 양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스며들었다.


“웃는 거, 처음 보네요.”


이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나를 보는 그녀의 시선에 부드러움이 깃들었다.


“저랑 둘이서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내 말에 김한아 학생이 고개를 끄덕이고 선아 누나와 동생들을 집 안으로 들여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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