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벌써?

Part 4. 시간

by 조미래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4년이 다 되어간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친구 둘과 해가 바뀔 때마다 4년 지기, 5년 지기가 되었다며 징그럽다는 둥 이야기를 했던 때가 한 달 전 같은데 이제 우리는 벌써 7년 지기이다.


며칠 전에 7년 지기 두 명 중 한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학교 때문에 멀리 가 있는 친구에게는 둘이 따로 만나면 항상 단체채팅방에 그날 있었던 일을 정리해서 보고해 준다. 상사에게 보고서를 올리는 것 마냥. 뜨끈한 어묵탕을 앞에 놓고 홀짝이는데 앞에 앉아 있던 친구가 자꾸만 별로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세상 밋밋한 표정으로 오늘 학교 수업은 어땠니, 요즘 뭐 하니 같은 상투적인 질문을 건네왔다. 왜 이래 진짜? 자꾸 이어지는 영혼 빠진 질문에 '할 말 없으면 그냥 하지 마.'라며 족제비 눈을 뜨고 말을 툭 던졌다. 내가 어색하다기보단 그냥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단다. 조용하면 조용한 대로 침묵이 이어지면 이어지는 대로 그냥 그대로 가만히 있는 것도 난 하나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유독 소란스럽지 않았던 우리 셋이 지금까지 꾸준히, 자주 만나지 않아도 연락하는 이유도 그래서가 아닐까.


할 말이 없다는 친구의 말에 알게 모르게 자극을 받았던 건지 느닷없이 브런치작가 되었다며 커밍아웃을 해버렸다. 언젠가 이야기해 줘야지, 책을 출간하게 될 정도로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면 그때 얘기해야지 라며 입을 꾹 닫고 있었는데 화젯거리를 만들고 싶어서 해버렸다. 가까운 이들이 보면 오그라들고 민망할 것 같아서 턱 끝까지 올라왔던 말을 애써 숨겼었는데 뭐 어떤가, 오글거림은 글을 읽는 사람의 몫인걸.


이렇게 요절복통 7년지기들은 나한테 좋은 일이 생기면 자랑하고 싶고, 슬픈 일이 생기면 위로받고 싶고, 화나는 일이 있으면 같이 욕하고 싶은 버팀목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루 끝이 찝찝하고 우울할 때 버스 창문 밖을 바라보며 애들 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정도가 되어버렸으니 이걸 어쩌나, 10년까지 또 가보는 수밖에. 그 둘이 내 글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읽게 된다면 아무 말하지 않길 바란다. 상당히 민망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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