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연간행사

Part 4. 시간

by 조미래

계절이 바뀌고 있는 요즘 아침저녁으로 제법 공기가 서늘해졌다. 좀처럼 찾아오지 않던 바람도 사락사락 불어대고 해도 기력을 다한 건지 마중 나오는 시간이 짧아졌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걸 느낄 때 문득 후회가 물밀 듯 밀려온다. 이 즈음이 되면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한 해 동안 찍은 사진을 찾아본다. 말 그대로 눈 깜빡하면 시간이 흘러있을 걸 알기에 필사적으로 조금이라도 시간을 늘리고, 기억을 보존하고 싶어서.


성인이 된 후부터 매년 사진을 남긴다. 남이 찍어주는 어색하고 인간미 없는 사진 말고 내가 직접 나를 보면서 찍는 사진. 셀프사진관에 가면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매일 아침 화장실 거울에서 마주하는 내 얼굴인데도 내가 이렇게 생겼었나 싶고 모니터에 찍힌 나를 보고 살을 좀 빼야겠다 싶기도 하다. 일 년에 한 번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다.


시간을 붙잡고 싶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처음에는 한 해 한 해 갈수록 점점 기억이 나지 않는 내 모습을 기록하려고 찍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사진을 한 장 남겨놓으면 그 사진을 들춰볼 때마다 그 한 해가 떠오른다. 나는 요즘 정말 잠시 쉴 틈도 없이 기다려주지 않고 달려가는 시간 때문에 눈썹이 휘날리게 쫓으면서 살기 바쁘다. 숨 고를 틈도 없는 이런 시간 속에서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밝은 조명 아래에서 내 진짜 모습을 살필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은 이렇게 바람이 선선해질 때쯤 찍는다. 왜 시기가 그렇게 정해졌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씨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봄은 너무 간질거리고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걸친 게 너무 많다. 가을은 모든 것이 딱, 적당하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 높은 하늘과 종종 보이는 구름, 따뜻한 햇빛까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정선의 계절.


나는 이렇게 매 년 나만의 연간행사를 치른다. 나를 기록하고, 기억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때의 감각을 살려두기 위해서. 정해진 시기에 무언가를 한다는 게 나에겐 그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과 같다. 나로서 살아가고 그런 나에 맞춰 나만의 루틴이 생기고 그 루틴을 통해 나를 알아가고 정돈한다. 내가 만들어 놓은 세계 속에서 나는 늘 평온하고 흔들림 없이 피할 수 없는 변화를 받아들이며 나를 정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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