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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미래 Oct 18. 2024

가진다는 건.

트리플에스 - Girls never die


끝까지 가볼래, 포기는 안 할래 나

쓰러져도 일어나

We go, wehigh

Girls never die 절대 never cry



긴 연휴를 마치고 오랜만에 듣는 지루한 강의는 자장가로 딱이다.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가며 정신이 반쯤만 깨어 있는 상태로 실컷 졸고 있는데 교수님의 한 마디가 귀에 꽂혔다.


"보기만 할 거야? 가져 봐야지!"


푸드코디네이트라고, 음식을 담고 사진을 찍어보는 내용의 수업인데 이 날은 이론 수업 중이었다. 한창 흑백요리사가 유행 중인 때라 많은 유튜버들과 인플루언서들이 방송에 출연한 셰프들의 가게를 방문하는 게 트렌드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현상을 언급하시면서 짧은 숏츠와 온갖 간편한 정보들에 둘러싸여 사는 우리에게 손가락으로 스크롤만 올리지 말고 모든 걸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고 먹어보라고 말씀하시던 와중에 저런 명언이 탄생했다. 


너희도 직접 가서 먹어 봐, 직접 경험해 봐, 이런 말이 아니라 가져보라고 하셨을까. 가진다는 어떤 걸까? 단순히 많은 음식을 먹어보라는 말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보라는 말처럼 들렸다. 누워서 휴대폰만 죽어라 쳐다보지 말고 움직여라 얘들아- 하고.


얼마 전에 전시를 갔다가 마음에 드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가져왔다.

'내가 무얼 원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대답은

모니터 속에 있지 않다. 

그것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에 있다.'

(*재희 작가)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밥 먹으면서 아이패드로 30분, 저녁 시간에는 보통 계속. 하루 종일 전자기기를 들여다보는 나의 머리를 뎅- 울리게 해 준 문구였다. 뭐든 직접 겪어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건 없다. 음식도 직접 먹어봐야 무슨 맛인지 알 수 있고, 직업도 알바든 일용직이든 일단 경험해 봐야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고, 사람도 부대끼고 같이 시간을 보내봐야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뭐든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면 피부 가까이 느낄 수 없는 법이다. 이런 사실들을 망각하기라도 한 듯 길거리에서도 집에서도 휴대폰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나를 깨달을 때마다 휴대폰 케이스에 넣어 둔(아이러니하게도) 스티커 속 문구를 떠올린다. 


배우들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경이로움을 느끼곤 한다. 평소에 '유퀴즈'에 출연하신 배우분들의 인터뷰를 종종 찾아보는 편인데 일편단심 한 가지 일만 바라보며 힘든 시절을 이겨내고 끝내 성공을 이뤄 낸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악을 쓰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꿈을 이루자고 오랜 기간 힘든 시절을 겪어낼 용기 따위는 없는 내게 신처럼 느껴진달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용기가 내겐 없다. 아직 그런 용기를 낼만 한 일을 찾지 못한 수도 있다. 잔잔한 일상에도 열정을 태울만큼 좋아하는 일이 생길까. 여전히 의문이다.


가진다는 건 어떤 걸까 라는 질문에 대한 내 결론은 이렇다. 무언가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은 세상에 나를 남기고 싶은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면 내 방에 놓고 남겨두고 싶은 것처럼 나의 모습을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마음. 그런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게 아닐까. 한 번 밖에 없는 인생 속에서 내 이름을 남길만 한 결정적인 사건을 일으키고 싶어서.


끝까지 가보겠다는 강렬한 포부가 담긴 이 노래를 들으면 정말 네버다이, 쓰러지지 말아야지 하는 비장한 마음이 든다. 콩나물시루 마냥 사람이 가득 차 있는 버스를 타러 가는 나의 발걸음을 모델 워킹으로 바꿔주는 나만의 길바닥 런웨이 배경음악. 수없는 발걸음 끝에 마지막에 다다를 목적지엔 내가 원하는 일, 좋아하는 일, 끝까지 나를 태울 만큼 나를 움직이게 해주는 일을 만나게 되면 좋겠다. 가삿말처럼 쓰러져도 일어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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