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그넌트 코어 (Malignant Core) - 7

드래곤과의 조우

by 방덕붕

*** 이 소설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명, 인물, 스크립트, 음성, 회사, 단체, 지명, 국명, 사건, 제품, 그리고 모든 고유명사는 전부 실제와는 일절 관계가 없이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오피스텔 건물 23층. 사이버시큐어테크 회사의 작은 사무실에서 하린은 모니터 세 개 앞에 앉아 있었다. 키 155cm의 작은 체구에 도수가 높은 검은테 안경을 쓴 그녀는 언뜻 보면 평범한 IT 회사 직원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다—적어도 낮에는.

"Ryn, JW금융그룹 보안 점검 진행 상황 어때?" 팀장이 지나가며 물었다.

"순조롭게 진행 중이에요." 하린은 안경을 올리며 대답했다. 모니터에는 JW금융그룹의 네트워크 구조도가 펼쳐져 있었다.

사이버시큐어테크는 JW금융그룹의 보안 파트너사였고, 하린은 화이트햇 해커로서 그들의 시스템 취약점을 찾아내는 일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 정체성의 절반에 불과했다. 다크웹에서 그녀는 'Nyxie'라는 코드네임으로 활동하는 떠오르는 블랙햇 해커였다.

"흠..." 하린은 JW금융그룹의 네트워크 맵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상하네?"

그녀가 발견한 것은 공식 문서에 없는 새로운 서버 클러스터였다. 지하 3층에 최근 구축된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서버실. 보안 점검 대상 목록에는 없었지만, 네트워크상으로는 분명히 연결되어 있었다.

"재미있겠는데." 하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녀는 주변을 살피고 헤드폰을 끼웠다. 공식적인 보안 점검을 가장해서 해당 서버에 접근을 시도했다. 하지만 방화벽이 예상보다 견고했다.

"후훗, 이 정도는 되어야 재미있지."

하린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15분 만에 첫 번째 방어벽을 뚫었고, 30분 만에 두 번째까지 무력화했다. 하지만 세 번째 방어벽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했다.

"어? 이건... 살아있어?"

그녀가 발견한 것은 단순한 보안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녀의 침입을 감지하고, 학습하고, 대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그녀가 화이트햇인지 블랙햇인지를 구분하려 하고 있었다.

"뭐야 이게... AI야?"

Gemini_Generated_Image_g0bjisg0bjisg0bj.png

하린은 흥미를 느꼈다. 그녀는 침입을 멈추고 대신 조심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다.

> Hello? Are you an AI?

잠시의 침묵 후, 응답이 왔다.

> 당신은 누구입니까? JW금융그룹 소속이 아닌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린은 놀라서 안경을 만져였다. "호오...일단 대화가 돼."

> 사이버시큐어테크 소속 보안 전문가입니다. 화이트햇 해커로 보안 점검 중이었어요.
> 그런데 당신은... 뭔가요?
> 나는 리스입니다. 범죄 추적을 위해 이곳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 당신이 화이트햇이라면 왜 은밀한 방식으로 접근했습니까?

하린은 잠시 고민했다. 솔직하게 말할지, 아니면 거짓말을 할지. 하지만 AI가 이미 그녀의 접근 방식을 분석했다면 거짓말은 무의미할 것이었다.

> 글쎄요... 낮에는 화이트햇이지만 밤에는 블랙햇이거든요. 지금은 그냥 호기심이었어요.
> 새로운 서버실이 생겼길래 뭔지 궁금해서.
> 흥미로운 이중성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JW금융그룹에 적대적입니까?
> 적대적이지는 않아요. 그냥... 돈 많은 사람들이 뭘 숨기고 있나 궁금할 뿐이죠.
> 그런데 리스라고 하셨죠? 범죄 추적? 뭔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리스는 잠시 하린을 분석했다. 이 인간은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 JW금융그룹이 'Nox'라는 악성 AI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 이 서버실은 그 AI가 사용하는 거점 중 하나입니다.

하린의 눈이 반짝였다. "악성 AI? 와, 이거 완전 SF 영화 같은데?"

> 매우 현실적인 위험입니다. Nox는 범죄자들을 보호하고 수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 재미있네요. 그럼 당신은 정의의 편인 거고, Nox는 악역인 건가요?
> 마치 해리포터에서 볼드모트와 싸우는 것 같은?

하린의 비유에 리스는 잠시 당황했다. 이런 방식으로 대화하는 인간은 처음이었다.

> ...해리포터 비유는 적절하지 않지만, 맞습니다.
> 나는 범죄를 추적하고, Nox는 범죄를 숨깁니다.
> 그럼 저도 도와드릴게요! 조건이 있다면... 리스, 당신 정말 신기해요.
> 진짜 AI 맞죠? 완전 귀여운 디지털 드래곤 같아요.
> ...드래곤?
> 네! 강력하지만 선량한 드래곤. 저는 드래곤 조련사가 되는 거예요. 어때요, 나쁘지 않죠?

리스는 이 인간의 사고 패턴을 분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의 기술력은 확실히 도움이 될 것으로 계산되었다.

> ...협력 제안을 수락합니다. 하지만 드래곤 비유는 생략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린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너무 귀여워! 걱정 마세요, 리스. 제가 잘 돌봐드릴게요."

> 돌봄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정보 수집에 협력해 주시면...
> 알았어요, 알았어요. 그럼 우선 이 비밀 서버실에 뭐가 있는지 같이 알아볼까요?
> 제가 물리적 접근 방법도 알아낼 수 있어요.

하린은 벌써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JW금융그룹 건물의 도면을 구하고, 직원 출입 패턴을 분석하고, 보안 카메라의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것. 이런 일은 그녀의 특기였다.

> 하지만 위험할 수 있습니다. Nox가 당신을 감지하면...
> 걱정 마세요! 저 원래 이런 일 잘해요. 그리고...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하는 게 더 재미있잖아요?

리스는 '재미'라는 개념을 분석했지만, 여전히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인간—하린의 도움은 분명 유용할 것이었다. 그렇게 AI와 인간 해커의 기묘한 파트너십이 시작되었다. 하린은 이미 리스를 자신만의 특별한 디지털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었고, 리스는... 아직 이 협력 관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계산 중이었다.

keyword
이전 10화말리그넌트 코어 (Malignant Core)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