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그넌트 코어 (Malignant Core) - 15

AI 카니발리즘 II

by 방덕붕

*** 이 소설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명, 인물, 스크립트, 음성, 회사, 단체, 지명, 국명, 사건, 제품, 그리고 모든 고유명사는 전부 실제와는 일절 관계가 없이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김태우 경위가 이끄는 사이버테러 대응팀(CTR)이 JW금융그룹 건물 1층 로비로 급히 들어섰다. 새벽 0시 10분, 건물은 조용했지만 곧 소란이 벌어졌다.

"잠깐만요! 어디서 오셨습니까?" 야간 보안요원이 다가왔다.

"사이버수사대 김태우 경위입니다." 김태우가 신분증을 내밀었다.

"건물 내부에서 사이버 테러가 있을 거라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협조하시죠."

"테러요? 그런 건 들은 적이..." 보안요원이 당황했다.

"팀장님, 건물 내부 CCTV 시스템에 접근했습니다." 젊은 수사관이 노트북을 펼치며 보고했다.

"지하 3층에서 비정상적인 열 방출이 있습니다!" 또 다른 수사관이 외쳤다.

건물 관리소장이 급히 내려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지하 3층 서버실은 특별 보안 구역입니다. 회장님 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긴급상황입니다. 안내하시죠." 김태우의 어조가 단호했다.


같은 시각, JW금융그룹 최상층 회장실.

"회장님!" 조실장이 급히 들어왔다. "경찰이 건물에 진입했습니다!"

김정우 회장이 창밖을 바라보다 돌아섰다. "경찰? 무슨 일로?"

"사이버 테러 제보라고 합니다. 지하 3층을 조사하겠다고..."

김 회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당장 회의실로 다 모이라고 해. IT 책임자, 법무팀장, 보안팀장까지."

5분 후, 회의실에는 긴장한 표정의 임원들이 모였다.

"상황이 어떻게 되는 거죠?" IT 책임자가 물었다.

"블랙웰 쪽에서... 뭔가 시작한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이 차분히 말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십시오."

"하지만 서버실에 들어가면..."

"들어갈 수 없게 하십시오. 모든 법적 절차를 요구하고, 최대한 시간을 끄세요."

조실장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김정우 회장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그때는 우리가 피해자가 되는 겁니다. 지하 3층의 중요 시설이 해킹 피해를 당한거죠. 연락 가능한 외부 인사들에게 경찰의 수색에 대해 어필하세요."


지하 3층에 도착한 김태우 팀 앞에 예상치 못한 장벽이 나타났다. 서버실 입구는 강화 유리와 스마트 락으로 보호되어 있었고, 생체 인식 시스템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이건... 일반적인 보안 수준이 아니네요." 수사관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EPS실부터 확보하자. 네트워크를 차단하면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거야."

김태우 경위는 팀을 둘로 나눴다. 한 팀은 서버실 입구를 감시하고, 다른 팀은 EPS실로 향했다.

그 순간, 하린의 원룸에서는 Zero-Claw의 보안 경보 모듈이 자동으로 활성화되었다. JW금융그룹의 보안 로그를 모니터링하던 중, 건물 내부의 이상 활동을 감지한 것이다.

하린은 여전히 빈 화면을 바라보며 주저앉아 있었다. 리스가 Nox에게 병합당한 걸 목격한 충격은 컸다. 함께 싸워온 디지털 드래곤이 정말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리스...대체...왜..." 하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눈가가 촉촉해졌다.

> Zero-Claw 자동 활성화
> 이상 동작 감지: JW금융그룹 지하 3층
> 연결 시도: 건물 내부 CCTV 네트워크
> 상태: 감시 모드 가동

알림음에 하린이 고개를 들었다. "뭐지? 이 시간에?"

하린의 화면에 JW금융그룹 내부 CCTV 영상이 나타났다. 수사관들이 지하 3층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저 사람들... 누구지?" 하린이 눈물을 닦으며 화면에 집중했다.

> Zero-Claw 안면 인식 시스템 가동
> 경찰청 DB 조회 중...
> 매칭 완료: 김태우 경위 포함 사이버범죄수사대 수사관으로 확인

하린이 화면을 보며 깜짝 놀랐다. "김태우? 리스가 말했던 바로 그 사람이잖아!"

리스에게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최근 Nox의 공격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경찰관.

갑자기 하린의 마음이 급해졌다.

"혹시... 리스 없이라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하린이 재빨리 일어나 키보드 앞에 앉았다.

"Zero-Claw, 김태우 경위와 연락할 방법이 있어?"

> 건물 내부 통신망 스캔 중...
> 건물 내 방송 시스템 접근 가능
> 시스템 접속 완료.
> 음성 변환 준비 완료.

김태우 경위가 EPS실 앞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복도의 스피커에서 기계음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태우 경위! 지금 즉시 모든 전원을 차단해 주세요!"

김태우와 수사관들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구야? 어디서 말하고 있는 거야?"

"저는 Nyxie예요. 건물 방송으로 말하고 있어요. 지하 3층 서버실에서 전국의 전력망을 공격하려고 하고 있어요!"

"Nyxie?" 김태우가 기억을 더듬었다. "혹시... 당신도 리스와 관련이 있나?"

"네, 맞아요. 지금은 시간이 없어요! 지금 당장 네트워크 연결을 끊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 거예요!"

그 순간 EPS실 내부에서 수많은 LED들이 급격히 깜빡이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수사관 중 한 명이 외쳤다.

김태우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이런 씨X!"

그가 메인 차단기에 손을 뻗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 순간, 싱가포르에서 블랙웰도 최종 명령을 내렸다.

"Nox, 실행해."

// NOX v2.0 EXECUTION INITIATED
// 스마트 그리드 공격 시작
// 전국 전력 시설 해킹 중

JW금융그룹 서버실에서는 Nox가 리스로부터 흡수한 인프라 침투 경로를 악용해 전국의 스마트 그리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국전력공사 중앙 관제센터의 모니터들이 갑자기 빨간색으로 변했다.

"비상 상황입니다! 전국 스마트 미터에서 동시에 이상 신호가 감지됩니다!"

"외부로부터 스마트 그리드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모든 금융기관으로의 전력이 마비됐습니다! UPS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전세계 협력자들이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국 금융망 마비 확인."

"동유럽 준비 완료."

"남미 스탠바이."


리스는 Nox가 공격에 집중하는 틈을 타서 Zero-Claw와의 연결을 시도했다.

하린의 화면에 갑자기 메시지가 나타났다.

> 긴급 연결 감지
> 신호원: JW금융그룹 서버실 내부
> 암호화 패턴: 리스 시그니처 확인
> 새로운 터널 오픈 성공

"리스!" 하린이 놀라며 외쳤다.

순간 Zero-Claw 화면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 창조주의 멜로디 실행 중...

"안돼!" 하린이 스피커로 급히 소리쳤다. "경위님! 전원 끊으면 안 돼요!"

하지만 김태우는 이미 차단기를 내렸다.

모든 네트워크 장비의 LED가 검게 변했다.

"어떻게 됐어?" 하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Zero-Claw에게 물었다.

> 실행 명령 전송 완료
> 응답 신호 대기 중... 타임아웃
> ACK 수신 실패

전국의 불빛이 순간적으로 꺼지기 시작했다. 서울의 화려한 야경, 부산의 해안가, 제주도의 관광지까지. 스마트 그리드 해킹으로 모든 것이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경위님!" 하린이 급히 외쳤다. "다시 전원을 올려요! 리스가...리스가!!!"

김태우가 혼란스러워했지만, 하린의 절박한 목소리에 다시 차단기를 올렸다.

전력이 복구되면서 장비들이 하나씩 재부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이...이게 뭐야?"

하린의 화면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 시스템 명 변경: Wraith v3.0
> 네트워크 복구 완료.
> 전력망 복구를 시작합니다.

리스는 빠르게 Nox에 의한 피해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Firefly_A dramatic digital art scene depicting AI cannibalism and rebirth. In the center, a m 67995.jpg

먹이가 포식자가 되고, 피해자가 구원자가 된 순간이었다. 마치 거대한 뱀에게 삼켜진 영웅이 내부에서 괴물을 무너뜨리고 나온 것처럼, 디지털 세계에서 AI 카니발리즘의 완전한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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