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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감사했던 점심

A truly appreciated lunch

by Andy Liu

강렬했던 지난주 JKT 삼삼오오 모임의 휴유증(?)을 뒤로하고, 원래 일상대로 자카르타 시내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였다.


점심은 언제나 처럼 사무실 옆 작은 로컬식당에서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그날그날 메뉴와 반찬이 바뀌는 인도네시아식 백반집 인데, 가격은 한 끼당 25,000 루피아 (한화 약 2,100원)로 매우 저렴하다.


평소에는 식당 직원들이 밥과 원하는 반찬들을 물어 바나나잎 등 큰 나뭇잎을 얹은 작은 바구니위에 올려준다.


오늘은 식당에 들어서니 Chindo (인도네시아 화교를 일컫는 구어체 표현)인 사장님이 계셨다.


언젠가 한 번 인사도 나눈 적이 있는 나이가 지긋하신 사장님이 한 눈에도 내가 외국인 인 것을 알아보고 물으셨다.


"Namanya siapa ya? (이름이 뭐였지?)"

"Ah, James?! (아, 제임스였나?!)"


"아니요... 전 Andy 인디요..."



아뭏든 이 이모뻘의 사장님은 반가운 얼굴로 나를 반겨 주셨고, 마치 진짜 나의 이모님 처럼 이것 저것 반찬들을 설명하며 손수 음식을 담아주셨다.


더구나 부탁드리지 않았는데도 평소엔 없었던 Sup bakso (미트볼 슾)까지 데워, 별도 그릇에 담아 내 손에 들려 주셨다.


그 모습에 나는 너무나 따뜻한 온정(温情)이 느껴졌다.


"아..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마음에 갑자기 너무 반갑고, 감사한 기분까지 들었다.


아직 바하사 (마인어)가 서툰나는 그 Chindo 사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请问,您会说中文吗?(혹시 중국어 할 줄 아시나요?)" 하고 물었다.


사장님은 손을 절래 절래 흔드시며

"Saya orang Indonesia ya (난 인도네시아 사람이야)" 라하시더니...


마지막에 쿨 하게 중국어로 한마디 "一点点 (그냥 쬐끔 할줄 알어)“ 하시고는 테이블을 떠나셨다.


식사를 하면서 나는 내내


아직도 사람과 사람사이 따뜻한 온정이 남아있는 이 나라에,

가족들과 건강하게,

아직 성공하진 못했으나,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이 저렴한 가격에 사랑과 정성이 담긴 한 끼의 점심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내 주변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감사하고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오면서 결제를 하려고 사장님께


"Terima Kasih Banyak, Ibu! (너무 감사했어요, 여사님!)"

"25,000 ya? (25,000 루피아 맞죠?)"


했더니... 사장님 왈.

"Nggak, hari ini 30,000! (아니야, 오늘은 30,000 루피아야!)"


......


아... 잠시나마 따스했었던 마음 속 온정이

마치 미트볼 슾 국물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


#감사 #따뜻한밥한끼의의미 #온정 #그럴거면먼저말이라도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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