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남자친구가 있는 건 이해하겠어.
둘이 한창 불타오르는 것도 알아.
하지만 남자에 정신팔려서 동아리에 소홀한 건 회장으로서 못 참지.
안 그래?
나는 괜찮아. 거기에 같은 과 사람이 많아서 너한텐 동아리 활동도 중요하잖아.
부기장 씩이나 되는 녀석이 동아리도 내팽개치고 아주 남자에 미쳤어.
그러니까,
사람들 다 보는 종강파티에서
술 취해서 고백하고 껴안으려다 넘어졌다?
그 새끼 취한 거야? 취한 척 한 거야?
내가 보기엔 그냥 미친 거 같은데?
다른 선배들이 막아줘서 별 일은 없었어.
부회장이 질질질 끌고 가더라고.
사람들이 수군대길래 나도 그냥 가방 들고 나와 버렸지.
그 새끼, 선배고 뭐고 내가 손 좀 봐줘야겠네.
여태껏 다른맘 있어서 너 괴롭힌 거잖아.
취해서 기억도 못할 걸. 선배들이 대신 사과할 정도였으니까. 이젠 내 앞에서 얼굴 못 들겠지.
나 헤어지지 않는다고 단단히 말해뒀어.
미안해. 내가 혹시 오해 사게 한 행동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했어.
네가 여지를 줬다곤 생각 안 해. 난 널 믿으니까. 원래 그런 부류들이 있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럼 됐어.
나랑 사귀고있다고 확실히 말 한 거지?
다른 여자들이 니가 나랑 헤어졌나 잔뜩 기대한 눈치던데? 안 헤어졌다니까 다들 실망했어.
나는 여학생들이랑은 눈도 안 마주쳐. 조별과제 같이 하게 돼도 눈을 막 피한다니까.
그럼 나도 이제 남자들이랑 눈 마주치지 말까?
아니. 내가 그 정도 마음이라는 거지.
딴 데 가지 마. 계속 내 옆에 있어. 나도 그럴게.
그리고 그 자식은...아무래도 밤길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