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나 선물 받은 그림이 있어.
이번 그림은 아주 재밌을 거야. 역시 탁월한 선물답지.
남자가 기뻐서 어쩔 줄 모르지?
네?
남자는 화가 아주 많이 나 보이는데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네. 아마도 여자 때문에 화가 난 것 같아요. 여자가 남자 눈치를 보고 있잖아요.
아닐 껄.
그럼, 어디 시작해 볼까?
좋아요.
남자는 여자를 오매불망 기다렸던 거야.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기쁨을 감추고 있지.
에이. 그러기엔 증거가 없잖아요. 그건 할머니 생각이죠.
잘 봐. 눈이 웃고 있잖아. 여기.
아닌 거 같은데요. 이건 누가 봐도 화내고 있는 얼굴이에요.
조금은 알려진 작품이라니 금방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거야.
알려진 작품이요? 이게요? 전 처음 보는데요?
있다, 있어!
바람 나서 집을 나갔던 누이가 돌아오자 반가운 마음을 애써 숨기고 일부러 화내는 남자의 심경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나 천재인 가봐. 내가 이겼네?
화백이 덧붙인 의미는 그러하나 해석은 자유롭게 해도 좋다. 화백은 당시 사랑하던 여인과 오해가 풀려 화해의 의미로 이 그림을 선물했다고 했다. 그러나 여느 미술품이 그러하듯 작품을 보는 이에 따라 남자가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도 틀린 감상은 아니라 하겠다.
-김의찬, <미술품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하여>, (제일대 대학원 박사 논문, 1987), 4-5쪽 참조-
틀린 감상은 아니라잖아요.
어쩜 이리도 내가 정확히 감정을 읽어냈을까. 하긴 처음엔 우리도 이랬었지.
우리요?
응. 우리.
예?
최 화백. 그림을 선물하는 건 정성과 마음을 주는 거지. 참 섬세한 남자야.
잠깐만요. 최 화백이라면, 우리 궁궐 회원 중에 최 진구 화백이요? 언제부터요? 언제부터 그 분이 섬세한 남자가 되셨는데요?
나 요새 연애한다.
우리, 열렬히 온 힘을 다해서, 사랑해.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