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랑애 Nov 15. 2024

아들의 곤충사랑♡

아이가 여섯살 쯤이던가. 유치원 상담 때의 일이다.


어머니~ 저번에 ㅇㅇ이가 책에 나온 곤충 이름을 묻더라구요~ 얼핏 보고 풍뎅이같길래 "풍뎅이야~" 라고 말해줬다가 난리가 났었잖아요~


아니, 왜요~?


"그냥 풍뎅이 아니고 무슨무슨풍뎅이 이렇게 이름이 있잖아요. 선생님 핸드폰으로 찾아보면 나와요." 이러는거 있죠. 그래서 저 부랴부랴 핸드폰켜서 찾아보니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라고 나오더라구요. 풀네임 말해줬더니 그제야 만족하고 갔어요. ㅇㅇ이한텐 곤충이름 대충 알려줬다간 큰일나요. 호호. 집에서도 곤충 많이 좋아하죠?


그때 알았다. 내 아이가 곤충에 빠져든 것을. 초등학교 입학을 시키면 관심사가 바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불쑥 튀어나왔다.


긴장되던 1학년 1학기 첫 학부모총회.

담임 선생님 말씀 중에,


우리반에는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있어요. 어떤 아이는 운동을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노래를 잘해요. 또 어떤 아이는 곤충을 엄청 좋아하더라구요. 곤충 좋아하는 건 좀 신선했어요.


아..예에..

아마 저희 아이 말씀이시겠죠?


.

.

2학년때는 수업시간에 곤충 하나를 놓고 여름곤충인지 가을곤충인지 설전이 벌어졌단다. 어떤 친구가 우리 아이와 의견이 대립되고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ㅇㅇ이는 곤충박사야. 못 이겨~ 앞에서 말도 꺼내지 마~.


선생님 너스레에 반친구들이 다 웃었단다.

.

.

미술 학원을 보내 놨더니,


어머님, ㅇㅇ이는 곤충박사라고 학교에서  유명한가봐요? 애들이 ㅇㅇ이꺼는 딱 알아봐요. 하기야 ㅇㅇ이 그림엔 곤충이 빠지질 않죠.
어떤 식으로든 꼭 들어가잖아요. 보셨죠?(웃음)


아아..예에..


.

.

나는 그래서 징그러운(개인적 견해지만) 곤충 사랑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우리집에는 곤충피규어 (도대체 저렇게 지나치게 디테일해서 징그럽기만 한 것들을 누가 돈까지 주고 살까 싶은)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마트든 직구든 죄다 구해서 더이상 살 게 없다. (장난감가게 곤충코너에 갈 일 없음에 감사해야하나.)아마 집에 도둑이 들어도 바닥에 채이는 곤충피규어를 보고 기겁해 도망갈 지경이다.


덕분에 전국의 곤충박물관은 서울이고 지방이고 거의 다 가봤다. (아이는 아마존 밀림이나 수마트라 섬에 가보고 싶어하지만.) 이젠 둘째아이까지 곤충에 대해 빠삭해서, 크면 곤충박사 형아 조수를 하겠단. . 경북에서 크게 하는 곤충축제를 가겠다고 학교에 체험학습을 내고 빠진 적도 있다. 그게 그렇게 좋을까. 그냥 나는, 엄마로서 다 졌다. 아니 오히려 밀어주기로 했다. 곤충이름과 특성을 줄줄 읊는게 신기하기도 하다. (난 다리 달린 생물은 사람빼고는 다 무서워하는데.)


 아이는 네살부터 고학년인 지금까지 곤충학자의 꿈을 한 순간도 버린 적이 없다. 타로카드 보러가서 본인이 나중에 곤충학자가 될 수 있겠냐고 묻는 아이인데 말 다했지.


어떤 연구가 그렇게 하고 싶어?


갑충이 가장 흥미로워요.


이제는 그나마 공부하는 원동력이 되어줌에 감사하다. 산속에 파묻혀 갑충을 연구관찰하는게 꿈이란다. 공부하는 거 별로 즐기지도 않으면서 학자가 되려면 해야 할 그 많은 공부 어떡하려고. 많고 어둠도 무서워해 장래희망과는 앞뒤가 안 맞지만. 아무려면. 그래도 나는 엄마로서 너의 꿈을 응원하는 수밖에.



ps. 가끔 야외로 놀러가면 어울리는 장소가 아님에도 곤충채집망을 들고나오는 예비 꼬마박사님들이 있다. 우리아이도 어릴때부터 늘 채집망을 들고 다녔기에 그 나이 때 부모가 하는 걱정과 마음을 알 것 같아, 괜시리 반갑기도 하고 웃음도 나온다. 미래의 곤충박사님들 모두 화이팅!! 덕분에 대한민국 곤충산업과 미래식량은 눈부시게 성장하겠구나!

이전 18화 엄마들의 욕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