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년이 될수록 집공부 시키기가 만만치가 않다. 그렇다고 학원은 죽어도 안 간단다. 교과 내용은 점점 어려워지고, 문제 하나당 소요되는 시간도 길어지고. 아이는 슥 넘겨봐도 머리싸매고 고민할 문제겠다 싶은지 점점 도망가고 싶어하는게 눈에 보인다. 저러다 공부를 아예 놔버리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안 든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래서 나는 <끼워팔기>를 한다.
뭐 거창한 것은 아니다. 끼워 "팔기"라고 해서 "공부 이만큼 하면 게임 시켜줄게."는 더더욱 아니다. 나는 그 보상문제에 대해 미취학 시절부터 고민해봤으나 그 방법은 아닌 것 같아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 게임을 하기 위해 공부는 날림으로 해놓고 게임기 앞으로 날아갈테니까.
정말 원초적인 지적호기심은 생기지 않는 걸까.
생각해보건데 본인의 관심주제가 아니면 그것도 이른 나이 같다. 그냥 엄마가 시키니까 하는 거겠지. 공부를 잘해야 하고 싶어하는 곤충학자를 할 수 있다고들 하니까. 이러한 아이의 생각은, 물론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희망진로는 아이가 네살 때 스스로 정한 진로였다. 그 길은 공부가 많이 필요해서 힘들테니 다른 길을 알아보라해도 지금까지 콧방귀도 안 뀌니 할수없지 뭐. 살아온 인생의 반 이상 동안 아이는 그 꿈을 안고 살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는 끼워팔기란 무엇일까.
틈틈히를비집고 순삭공부를 하는 거다.
등교 전 아침식사 하는 아이에게 문제집을 내밀면 아이는 무조건 이렇게 말한다.
잠이 덜 깼어 눈이 아픈데. 이따가 하면 안돼?
그럴때 내가 하는 말.
한 쪽이야 한 쪽. 이거 금방 하잖아. 싫으면 반쪽이라도 해. 잠깨서 두뇌 열어놓고 가야지. 졸면서 갈래?
그러면 아이는 그것마저 싫다고 말하긴 좀 그런지 수긍하고 해놓고 학교에 간다.
엄마, 나 이것까지만 하고 조금 쉬어도 돼?
그래. 근데 이것 하고 저것까지만 하고 쉬어. 양 얼마 안돼. 5분도 안 걸릴 껄?
알았어. 그건 금방 하지 뭐.
뭐 이런식으로 하나를 붙이되 아이가 싫어할수 있으니 잘 쪼개서 안겨준다. 양을 줄여주면 아이는 조금이라 생각하고 금방 휘리릭 해치운다. 이게 정말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쌓이면 어마어마하다. 2~3주 지나면 한권이 뚝 딱 끝난다. 엄마의 고민과 노력이 없으면 아예 불가능한 방법이다. 친정엄마는 지극정성이라 부르고, 남펴니는 극성이라 말했다. 빠직.
에휴, 이것도 초딩이니까 먹히지. 공부시키기 차~암 힘들다!
ps. 저번에 부모교육을 갔는데, 전문가 선생님 말씀이 초등학생은 원래 자기주도학습이 불가능한 나이랍니다아아악!